|
황태 콩나물 국밥 한 그릇 8000원. 46세 일용직 노동자 A씨는 사흘을 굶고도 며칠을 더 고민한 끝에 온라인에 글을 올렸다
‘국밥 한 그릇만 사주세요’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12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그의 닉네님은 ‘이제 끝낼 시간’이었다.
A씨의 너무 배고프다며 국밥 한 그릇만 사달라고 부탁하는 글에는 ‘주작’이라거나 ‘사기 아니냐’고 의심하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들이 더 많았다.
A씨는 같은 날 게시글을 하나 더 올렸다. 그는 “세 분께서 18만 원이란 큰 돈을 보내주셨다”며 “연락이 왔을 때 염치 불구하고 계좌번호를 보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또 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분과는 통화를 했는데 해주신 말씀이 와 닿았다. ‘설령 글 내용이 사기일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진짜 어려운 사정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겠다’는 거였다”며 “가슴에 꼭 새기겠다. 남은 돈은 아껴 쓰고 힘내서 내일부터 버스카드 충전해서 열심히 일자리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A씨는 8000원짜리 황태콩나물국밥을 사 먹는 사진도 첨부했다. 그는 “매일 맨밥에 신김치에만 먹다가 몇 개월 만에 따뜻한 국물과 고기를 먹는 것 같다”며 감사해했다.
|
재차 감사함을 전한 A씨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생계가 어려워져 일용직 노동을 하던 중 지난해 장마철부터 하루 일하면 3~4일을 쉬어야 할 정도로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걷는 건 고사하고 앉거나 눕기도 힘들 정도가 됐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여름쯤부터 당장 안 입는 겨울옷 등을 중고로 1만 원, 몇천 원에 팔면서 버티기도 했다. 60만 원 정도의 긴급생계지원 받은 걸로 버텼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안 좋은 생각이 덜컥 들었다”는 그는 평소 자주 보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밥 한 그릇만 사달라고 글을 올린 것이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치아 상태가 나빴던 그가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건 국밥뿐이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진짜 비관적이고 깜깜한 어둠뿐이었는데 많은 분께서 빛을 주셔서 이제 일어나 그 빛을 따라 한 발자국씩 가보려 한다”며 “목표가 없었는데 첫 월급 타면 주신 도움 갚는다는 마음으로 작은 기부나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