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페이스트리 속 촉촉한 속살을 품고 있는 크루아상. 원래부터도 높은 명성을 지녔던 크루아상이지만 최근 들어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짧은 동영상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중심으로 크루아상을 먹는 장면을 인증하는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크루아상이 각광받고 있다. 크루아상을 먹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는 여행자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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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은 명실상부 프랑스의 대표 빵이다. 크루아상은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 아침 밥상을 책임져 왔으며, 오늘날에는 에펠탑, 삼색기, 베레모와 함께 프랑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프랑스 사람들의 소울푸드 크루아상은 어떻게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되었을까. 그리고 파리지앵들은 크루아상을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프랑스의 대표 빵 크루아상을 더 깊은 시각으로 이해하기 위해 크루아상의 기원을 탐색한다. 그리고 진정한 파리지앵처럼 크루아상을 즐길 수 있도록 파리에서 최고라 여겨지는 크루아상 맛집을 소개한다.
01 # 크루아상, 프랑스 전통 빵이 아니라고? 크루아상의 역사 |
초승달 모양 빵, 오스트리아에서 탄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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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의 기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유력한 설들을 종합하면 크루아상의 고향은 프랑스가 아닌, 오스트리아 빈으로 추측된다. 전문가들은 크루아상이 오스트리아 전통 빵 킵펠(Kipferl)에서 기원했다고 말한다. 킵펠이란 초승달 모양의 빵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크루아상보다 밀도가 높고 덜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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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펠의 기원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83년, 오스만제국의 군대가 오스트리아 빈을 포위했고, 땅굴을 파 빈으로 잠입하려 했다. 하지만 밤을 새워 다음날 구울 빵을 만들던 빈의 제빵사 피터 벤더(Peter Wender)가 그들을 발각해냈고, 그 덕분에 빈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빈은 침략군에 저항한 승리를 상징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 국기에 있는 초승달 모양으로 빵을 구울 특권을 피터 벤더에게 하사했다. 그렇게 초승달 모양 빵, 킵펠이 세상에 태어났다.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에 초승달 빵을 소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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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킵펠이 어떻게 프랑스에 전해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 역사를 따라가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 ‘마리 앙투아네트 (Marie Antoinette, 1755-1793)’가 등장한다. 오스트리아 여왕의 막내딸로 태어나 프랑스 왕 루이 16세(Louis XVI, 1754-1793)와 혼인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고향 빈에서 즐겨 먹던 킵펠을 그리워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을 따라 프랑스 왕궁으로 온 오스트리아 출신 제빵사들에게 킵펠을 만들 것을 주문했고, 고향의 맛을 프랑스 상류사회에 전파한다.
킵펠, 프랑스의 크루아상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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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펠이 프랑스에 전해진 초기, 초승달 모양의 빵은 파리의 부촌에 있는 빈 스타일 빵집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국적인 특식으로 여겨졌다. 오스트리아 출신 사업가 아우구스트 장(August Zang)은 1838년, 파리에서 빈 스타일 빵집을 열었다. 그의 베이커리 ‘불랑제리 비엔누아즈(Boulangerie Viennoise)’는 킵펠과 빈 스타일 샌드위치 빵을 판매했고,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파리 사람들은 초승달 모양 외형에 킵펠을 초승달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크루아상(Corissant)’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크루아상은 파리 제빵사들의 노력을 통해 버터 풍미가 가득하고, 얇은 반죽이 겹겹이 싸인 오늘날 프랑스의 크루아상으로 변모해왔다.
02 # 최고의 크루아상을 찾아서 파리 크루아상 맛집 3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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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풍미만큼이나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크루아상. 프랑스의 국민빵답게 프랑스에서는 크루아상을 판매하는 빵집을 거리마다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크루아상’의 종주국답게 어디서 먹든 훌륭한 크루아상을 맛볼 수 있겠지만 최고의 크루아상을 맛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아래 세 빵집에 주목하자. 전 세계인 중에서도 맛의 기준이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파리 최고의 크루아상 맛집 세 곳을 소개한다.
No.01
로랑 뒤셴
Laurent Duchê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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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최고의 크루아상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다. 2001년 문을 연 이후부터 꾸준히 훌륭한 크루아상의 표준이 되어오고 있다. 2012년에는 매해 열리는 크루아상 선발대회(Best Butter Croissant in the Greater Paris)에서 1등을 차지하며 파리 최고의 크루아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름을 내걸고 빵집을 운영하는 셰프 로랑 뒤셴은 프랑스 국내의 최고 장인에게만 부여하는 ‘프랑스 최고 장인(MOF: Meilleur Ouvrier de France)’ 상을 받으며 국가가 인정한 제과 장인으로 거듭났다. 로랑 뒤셴의 크루아상은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유명하다. 바삭한 겉 페이스트리와 풍부한 버터 풍미, 촉촉한 식감 등 크루아상 하면 떠오르는 미각적 요소를 극대화한 맛으로 평가받는다.
2 Rue Wurtz, 75013 Paris, 프랑스
2 Rue Wurtz, 75013 Paris, 프랑스
No.02
뒤 빵 에 데시데
Du Pain et des Idées
사진 – flickr
제빵 천재가 만든 신선하고 건강한 크루아상을 맛볼 수 있는 빵집이다. 뒤 빵 에 데시데를 이끄는 셰프 크리스토프 바쇠르(Christophe Vasseur)는 패션 업계에서 종사하다가 3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제빵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제빵 학교에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터득한 제빵 기술로 훌륭한 빵을 구워낸다.
사진 – flickr
뒤 빵 에 데시데는 농장에서 직접 공급받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건강한 빵을 만들어낸다. 인공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천연발효 빵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크루아상은 높은 품질의 버터를 사용해 버터의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크루아상뿐 아니라 다른 비엔누아즈리(Viennoiserie: 식사용 빵과 디저트 중간에 있는 프랑스 빵의 종류)도 맛보기를 추천한다. ‘프랑스 명품 초콜릿’이라 불리는 발로나(Valrhona)를 사용한 빵 오 쇼콜라(Pain au Chocolat), 반죽 사이에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을 넣어 달팽이처럼 말아 구워낸 에스카르고(Escargot)도 손님들이 입 모아 칭찬한다.
34 Rue Yves Toudic, 75010 Paris, 프랑스
34 Rue Yves Toudic, 75010 Paris, 프랑스
No.03
라 메종 디사벨
La Maison d’Isabelle
사진 – unsplash
맛과 가성비가 모두 뛰어난 크루아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메종 이사벨은 단돈 1유로(한화 약 1300원)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크루아상을 제공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루아상의 맛도 놀랍다. 개업한 해인 2018년에 파리 크루아상 선발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쥐며 파리 미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셰프 이사벨 르데(Isabelle Leday)는 겉의 화려함보다는 기본에 충실한다. 유기농 밀가루와 버터를 사용하여 빵의 건강함과 신선함을 놓지 않으며, 버터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촉촉함과 빵의 결이 뛰어나다.
47ter Bd Saint-Germain, 75005 Paris, 프랑스
47ter Bd Saint-Germain, 75005 Paris, 프랑스
초승달 모양의 투박한 외관과는 달리 섬세한 풍미를 가득 품고 있는 크루아상.
크루아상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프랑스 미식의 수준을 경험토록 해준다.
프랑스에 간다면 여러 군데의 빵집을 돌아다니며 나만의 최고의 크루아상을 발굴해보자.
빵집마다 다른 식감과 풍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조유민 여행+ 인턴기자
감수=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