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글로벌 축제’, ‘2022년 세계축제도시’, ‘물·불·빛이 어우러진 축제’ 세 문구 모두 진주 남강 유등축제를 수식하는 말이다.
남강 유등축제는 20년을 겨우 넘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축제다.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글로벌 육성 축제’에 5년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의 핵심은 형형색색의 유등. 남강과 진주성 일대를 오색빛으로 물들이며 가을 밤의 정취를 더한다.
지난 10월 31일까지 진행된 올해 행사에서 선보인 유등만 해도 7만여 개. 이에 시민들이 참가해 빛을 밝힌 유등과 소망등이 더해지며 그야말로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22일간 펼쳐진 빛의 향연은 전국 각지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국내 대표 가을 문화 축제’라는 명성을 증명했다. 약 한달이라는 대장정이 이어졌다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다음을 기약한 사람들은 분명 있을 터. 유등축제를 놓쳐 아쉬운 이들에게 그리고 유등축제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유등 불빛부터 자연의 빛까지, 진주의 참 빛을 만날 수 있는 명소 3곳이다.
Point 01. 유등 테마 공원 365일 이어지는 빛의 향연
|
유등축제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1년 365일 ‘남강 유등축제’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 유등 테마 공원이 지난 10월 개장했다. 유등 테마 공원은 2022 진주 남강 유등축제 개막에 발맞추어 진주시 전경과 축제장을 함께 조망하기 위해 기획한 공간이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연중 유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유등을 전시했다.
지난 10월 27일 직접 찾은 유등 테마 공원은 다양한 주제의 유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전망대를 향하는 길목은 진주시의 새로운 마스코트 하모와 초가집, 솟대 등 진주의 역사와 상징성을 담은 다채로운 유등이 장식했다. 불이 점등되지 않은 낮에 방문했음에도 전망 공원을 채운 유등을 통해 유등 축제의 감동이 느껴졌다.
유등에서 눈을 돌려 바라본 진주 남강의 전망도 일품이다. 테마 공원은 소망진에 자리 잡고 있어, 남강과 진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따뜻한 음료와 함께 휴식할 수 있는 카페, 편하게 둘러앉아 조망할 수 있는 정자 등 취향에 맞게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공원의 벤치도 색달랐다. 진주시 관광 관계자는 “테마 공원의 벤치는 강을 향해 있어 전망이 좋다”라며 “여타 관광지의 벤치보다 높이가 높아 앉은 자리에서 물멍은 물론 진주성을 조망하기 좋다”라고 설명했다. 더하여 “특히 서쪽을 조망하는 유등 테마 공원은 노을 전망이 일품”이라며 “진주의 새로운 전망 명소로 떠오를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테마 공원 1층에는 진주 유등과 그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 유등 테마 박물관이 단장 중이다. ‘빛과 미래 진주’를 주제로 하는 유등 테마 박물관은 오는 23년 4월 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등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아트와 다채로운 체험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Point 02. 김시민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유람선
|
경상남도의 젖줄 남강은 진주시를 가로질러 흐른다. 과거 남강은 진주성을 사방으로 휘감고 돌았다고 한다. 때문에 진주성도 남강의 흐름에서 서쪽으로 선두를 향하고 있는 배를 형상화한 ‘행주형(行舟形)’으로 축조됐다.
그만큼 남강은 진주라는 도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남강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다채로운 관광 인프라부터 교통의 중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남강은 진주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이에 진주시는 지난 4월 남강을 유람하는 여객선, 진주 김시민호를 신설했다. 김시민호의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진주 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
유람선은 약 30분간 소망진산 아래 망진나루에서 출발하여 촉석문 아래 촉석나루를 거쳐 되돌아온다. 최대 승선 인원은 19명으로, 해설사 1명이 동행해 진주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유람선의 하이라이트는 진주의 대표 역사 명소 의암과 촉석루를 조망하는 지점이다.
촉석루는 국내 3대 누각 중 하나로 남강과 벼랑, 진주성이 어우러진 절경을 연출한다. 1365년 고려 공민왕 14년 당시 창건된 누각으로 암반 위에 우뚝 솟았다는 의미에서 촉석루라는 이름이 붙었다. 임진왜란 당시 장군의 지휘본부로 사용되었기에 남쪽의 지휘소를 뜻하는 ‘남장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 다른 볼거리 의암은 임진왜란 당시 논개가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끌어안고 투신한 바위다. 논개의 의열(義烈)과 애국심을 담아낸 명승지로, 의로운 바위를 뜻하는 의암(義巖)이라고 명명했다. 진주성 촉석루를 통해 의암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지만, 진주의 선비 한몽삼이 새긴 ‘의암’이라는 글은 유람선을 타야만 볼 수 있다. 때문에 유람선 탑승 시 놓쳐서는 안되는 핵심 포인트 중 하나.
이날 해설을 맡은 석명이 문화 관광해설사는 “유등축제 기간에는 유등 전시와 축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며 “(축제 기간이 아닌) 평소에 김시민호를 탑승하면 진주에 녹아있는 역사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설사의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 30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단순히 겉에서 바라보는 관광지가 아니라 이야기를 간직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에 이야기와 함께 떠나는 김시민호의 매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Tip
김시민호는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13시부터 21시까지(금, 토, 일은 10시부터) 관광객을 태우고 남강을 여행한다.
저녁시간 매표는 경쟁이 치열하다. 사전에 구매할 여유가 없다면 센터에 전화해 여분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
Point 03. 경상남도 수목원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인생 사진
|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숲을 마주할 수 있는 경상남도 수목원이다. 진주시청을 기준으로 차로 약 25분 거리인 진주시 이반성면에 위치하고 있다. 교통편이 불편한 점은 부담됐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장점이 도드라졌다.
일행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경상남도 수목원의 장점은 ‘자연 그 자체’라는 부분이다. 함께 수목원을 찾은 일행은 “수도권 인근의 수목원, 정원 등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한 반면, 이곳은 진정한 자연에 들어온 듯하다”며 “시 외곽에 자리해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수목원은 약 100만㎡(약 30만 평) 규모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한국 토종 온대 남부지역 수목부터 열대식물, 희귀식물 등 3490종의 식물을 수집 및 보전하고 있다. 면적 중 대부분이 침엽수와 활엽수 등 야외에 조성된 수림으로 구성된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러운 자연’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수목원은 야외에 조성된 식물원뿐 아니라, 식물의 생육 조건에 맞는 ‘열대식물원’, ‘난대식물원’, ‘생태온실’ 등 온실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숲의 모습은 물론이고 연중 한결같은 모습을 간직하는 온실의 매력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가을철 수목원의 하이라이트는 단풍으로 물드는 활엽수원과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SNS에 가을 명소로 이름나면서 여행자들의 눈길과 발길을 끌어모았다.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메타세쿼이아 길은 가슴이 뻥 뚫리는 속 시원한 풍경을 자랑한다. 초록빛 상쾌한 메타세쿼이아도 매력적이지만, 가을이 묻은 단풍 진 메타세쿼이아는 여름철의 녹음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풍겼다.
개장시간인 9시부터 찾은 수목원에는 이미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비교적 이른 아침이었지만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유치원 및 학교 소풍을 비롯해서 단체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산림 박물관과 숲 체험원 등 가족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로 방문하기 좋은 곳이지만,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금지된 점은 참고하자.
Tip
10월 28일부터 수목원을 돌아보는 셔틀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광활한 면적 곳곳에 볼거리가 숨겨져 있는 만큼,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더 편안한 관광을 할 수 있을 것
수목원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숲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 소풍이나 나들이 철에는 예약이 어려우니 여유를 두고 미리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진주 = 정윤지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