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7%대를 넘어서면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 2~3%대 주담대 금리는 1~2년 새 거의 자취를 감췄다.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3%대 후반이 마지노선이다.
은행들은 최근 들어 줄줄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3일 주담대 금리를 우대금리 조정 방식으로 0.2~0.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일 주담대 변동금리의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렸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우대금리를 0.2%포인트를 축소했고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줄였다.
이날 오전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4.55~7.177% 수준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경쟁력을 앞세웠던 카카오뱅크의 금리도 이날 기준 하단이 4%를 넘었다.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3.97%로 3%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을 통해 주담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5억원(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40년 만기 기준)을 연 3.95% 금리로 빌린 경우 원금과 이자를 합친 월납입액이 207만원 수준이었지만, 금리 5.98%의 경우 약 274만원에 달했다. 금리 7%로 대출을 실행했을 경우에는 월 납입액만 310만원이 넘었다.
은행들이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도 오름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24~4.52%(8월 중 취급)에서 4.29~4.58%(9월 중 취급)로 상·하단이 각각 0.06%포인트, 0.05%포인트씩 올랐다.
주담대 금리가 다시 꿈틀하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지난해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대출 금리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예금 금리 상승은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늘려 결국에는 대출 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82%로 전월 대비 0.16%포인트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고금리 재유치, 외형 확대 등을 위한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금융권 전반의 수신금리 추이, 자금흐름 동향, 자산 증가율 등 과당경쟁 관련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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