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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매물 ‘8만건’ 돌파…팔 사람과 살 사람 ‘동상이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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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물이 최초로 ‘8만건’을 넘었다. 겨울철 폭락했던 집값이 24주 연속 오르며 팔 사람은 줄을 잇는데, 고금리 장기화에 정작 살 사람이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매수자·매도자의 동상이몽이 심화하면서 당분간 매물 적체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울 아파트 매물…역대 최다 8만건 돌파

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이하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총 8만452건으로 집계됐다. 아실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20년 11월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초 5만513건과 비교하면 약 10개월 만에 59.3%(2만9939건) 증가한 셈이다. 당장 한 달 전과 비교해도 14.1%(9987건) 올랐다. 서울 24개 자치구 가운데 증가율이 10% 이상인 곳이 종로구, 송파구를 제외한 22개 구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매물의 급격한 적체는 단순하게 보면 매도자와 매수자의 동상이몽 때문이다. 팔 사람은 빠르게 줄을 서는데 정작 살 사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다.

관망의 핵심 이유는 가격이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매도 호가 격차가 상당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고금리 여파로 급격히 하락했지만, 올해 초 정부 규제완화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월 5주 기준 24주 연속 올랐다. 1~8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전체 하락분(-22.2%)의 절반인 12.4%까지 만회했다. 이에 매도자들은 오른 가격에 집을 팔고 싶어한다.

반면 매수자들은 그 가격이 부담스럽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에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선 데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 이미 몇몇 은행의 고정 주택대출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졌고, 정부의 대출억제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매수자 “자금조달 어려워” vs 매도자 “집값 오르는데…” 동상이몽에 쌓여가는 매물

“8~9월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팀은 집 보러 왔는데, 10월 들어 한팀도 안 왔네요. 분위기가 심상찮아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8억원대 구축 소형 아파트에 사는 30대 김모 씨는 뚝 끊긴 매수문의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동네로 이사하려고 집을 내놨는데 같은 아파트에 비슷한 매물만 10건 가까이 쌓여 있다. 김 씨는 “9월 깎아주면 산다는 사람이 나왔을 때 받아줄 걸 그랬나 싶다가도, 집값이 계속 오르니 호가를 낮추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매도자 매수자 간 동상이몽에 따른 심각한 매물 적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장기화에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매매 거래량이 주춤한 상황인데도, 통계상 여전히 집값이 오르고 있고 기존 아파트 가격을 떠받치는 분양가와 전셋값도 상승세라 매도 호가가 쉬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3362건을 기록했다. 전월 3852건 대비 약 13%(490건) 감소했다. 지난 4월(3186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1000건을 밑돌며 거래절벽이 이어진 지난 겨울철보다는 낫지만, 매수세가 주춤한 분위기다. 아직 9월 거래량 신고기한이 한 달 남았지만, 통계에 앞서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도 확연히 다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추석 이후 거래가 확실히 소강상태”라며 “매수 문의가 있어도 직접 와서 집을 보는 적극적 매수자들보다는 전화로 가격만 묻는 소극적 매수자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나선 만큼 매수심리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올해 초부터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수의 자금줄이 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이 사실상 중단된 것의 여파가 크다. 지난달 27일부터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을 넘거나 주택 가격이 6억원을 넘는 경우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급매물이 소진된 데다 최근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 등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등 매수자의 자금 조달 허들이 높아지고 있어 회복되던 아파트 거래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거래가 트이려면 호가가 낮아져야 하는데 매도자들은 여전히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고 매맷값을 떠받치는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는 만큼 쉬이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10월 다섯째주 기준 전주 대비 0.19% 올라 2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부동산 급락-회복 사이클을 경험한 이후 ‘결국 서울 집값은 오른다’는 학습이 강화된 것도 호가가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 적체가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서울 주택공급이 부족해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도-매수자 간 희망가격 차이로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또 한동안 고금리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과거 영끌 수요가 많았던 지역 위주로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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