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머스크와 회동
청바지·후드 차림 눈길
반도체 교류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경제사절단 역할을 수행한 뒤 미국에 남아 글로벌 기업인을 만났다. 모두 거물급인 사람들을 만났다는데, 이 회장은 의외의 옷차림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미래 첨단 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와 함께 이 회장과 머스크의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기업과 기업 간의 만남이니 이재용 회장이 정장을 차려입었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이 회장은 청바지에 캐주얼 셔츠, 그리고 회색후드집엎 차림이었다. 되레 머스크가 검정 라운드 티셔츠에 검은 바지, 검은 재킷을 걸쳐 단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격식 없는 이 회장의 모습에 관심은 두 사람의 만남보다 이 회장의 패션에 쏠렸다. 그러나 이 회장과 머스크의 만남 자체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영역 확장이라는 더 엄청난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테슬라와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대해 폭넓게 교류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북미 반도체 법인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은 물론 AI 등 삼성전자의 미래 반도체 사업 기술이 집대성 돼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만남 장소 역시 테슬라 쪽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머스크는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 등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별도 미팅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도 일식집에서 회동했다. 이 회장은 재킷도, 타이도 없는 셔츠 차림이었다. 젠슨 황도 가죽 재킷을 걸쳐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구글‧마이크로소프트‧존슨앤드존슨‧BMS‧바이오젠‧오가논‧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등 20여 개 글로벌 기업 수장들을 만났다고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렇게 22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지난 12일 귀국했다.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해외 출장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