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은 우리의 디지털 세계를 조금 더 간편하고 참신하게 즐길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고 다채로운 그래픽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의도를 손쉽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즐겁게 의사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모티콘의 역할은 현재 여기에서 더 확장 될 수 있을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유지되고 발전하는 이상, 이모티콘이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비례한다는 시각이다.
특히 증강 현실(AR)과 가상 현실(VR)에서도 이모티콘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캐릭터와 상호작용하거나, 현실 세계에 이모티콘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이다.
동동 작가는 “지금은 이모티콘 하나 주고 받는 정도지만 메타버스에 활용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대화 뿐만 아니라 가상의 공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사용자 본인 자체가 돼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책 소통 수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모티콘 24개 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말 모두가 이모티콘으로 전달되는 세상이 올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넘어서,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등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로 이모티콘을 확대, 인지도 및 판매 증대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톡은 물론 뉴스, 카페에 댓글을 입력하거나 음악 감상평을 쓸 때도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중이다.
다만 해결하고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존재한다. 우선 최근 모든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 이슈다. 카카오는 올해 초 몇몇 창작자로부터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이모티콘의 입점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생성형 AI 관련한 창작성과 저작권 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정 아래 입점을 잠정적으로 제한했다.
다만 영구적으로 제한한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모티콘의 수용 여부와 그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재검토 전제로 향후 정책 변경 가능성을 열어놨다.
카카오가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이모티콘의 카톡 입점을 허용하지 않고 저작권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향후 카카오의 정책에 따라 업계와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동 작가는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받아들이게 될 이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더 활용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무기로 만들지를 연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고민했다.
‘내향형이지만 관심은 받고 싶어’, ‘누난 내꼬’, ‘퇴근이 시급한 짹사원’ 등 24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한 시늅 작가은 “AI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해질 것 같다. 잘 활용하는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AI만큼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AI를 이용한 이모티콘 제안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부분을 고려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 소비량이 독보적으로 우세함에 따라, 치열한 작가들의 생태계 환경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신상 이모티콘이 쏟아지고 있는 현상은 그만큼 치열한 시장을 의미한다.
시늅 작가는 “2019년에 제가 시작할 당시에도 레드오션이었다. 이모티콘 제안을 넣으면 번호가 주어지는데, 일주일 텀으로 제안을 하면 그 사이에 몇 개의 이모티콘이 접수 됐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때 일주일에 1000개 이상이 접수된 적도 있었다. 그 중에서 승인이 몇 개 되는지 수치는 몰랐지만 대략 40개 정도로 추측됐다. 지금은 훨씬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승인을 받은 후 끝이 아닌, 승인을 받더라도 판매가 저조할 수 있다. 이모티콘 역시 SNS로 홍보하며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부지런하게 이모티콘을 그리고 알릴 수 있는 분들이 각오를 가지고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출시가 되도 큰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다. 2500원짜리 세트를 구미했을 때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비용 750원(30%)과 카카오 수수료 1000원(40%)을 가져간다. 그렇게 작가의 손에는 750원(30%)의 수익이 주어진다. 한 이모티콘 작가는 “이모티콘 작가 부업 클래스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나. 부업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정말 성공한 작가가 아니면 월 수익이 생계를 감당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모티콘에서 의사소통의 방식은 다양해졌지만, 얕아진 대화의 깊이다. 과거 세대가 글을 읽으며 사고하고 지식을 습득했다면, 현재는 수많은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즉각적인 정보를 얻고 감정을 경험한다.
이모티콘을 남용하는 경우, 글자로 표현해야 할 내용이 대체되면서 이로 인해 의사소통의 깊이 자체가 얕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이모티콘 만의 문제는 아니다. 즉흥적, 직관적인 경험만을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결과물로 디지털 세계가 심화될수록, 따라오는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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