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세레머니
자주 나오는 상의 탈의
다양한 이유로 경고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일궈냈던 지난 포르투갈과의 3차전, 이날 주인공은 극적인 결승 골을 터트린 황희찬이었다. 1차전과 2차전에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못했던 황희찬은 이날 경기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르는 햄스트링 부상이기 때문에 무리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번 월드컵이었기에 황희찬은 도박을 선택했고 이는 곧 적중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황희찬은 상대 측면을 허무는 드리블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결국 경기 막판 손흥민에게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골을 득점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런데 황희찬은 기쁨은 그만 주체하지 못하고 상의를 탈의한 뒤 관중석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주심은 황희찬에게 달려와 경고를 꺼냈다.
상의 탈의 세레머니
엘로카드인 이유
2차전 가나와의 경기가 끝난 후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을 받은 벤투 감독은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역전 골이 터지자 환호는 커녕 황희찬을 향해 불만 섞인 제스처를 보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유는 쓸데없이 상의 탈의하는 세레머니로 옐로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카드는 누적이 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받아서 좋을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벤투 감독이 이토록 화를 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득점 이후 상의 탈의 세레머니는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시간 때문으로 보인다. FIFA는 지난 2004년부터 경기 시간 관리를 위해 선수가 상의 탈의 세레머니를 할 경우 경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축구 세레머니
의미와 유래
축구에서 세레머니는 경기에서 선수가 득점을 넣은 뒤 보이는 표현 방법으로 선수 각자만의 취향과 방식을 담은 아이디어이기에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세레머니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들이 대립 된 시절, 포르투갈의 전설 에우제비우가 득점 후 크게 뛰어오르면서 움켜쥔 주먹을 하늘을 향해 쳐드는 축구 세레머니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퍼포먼스의 경연이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후 선수들의 이러한 다양한 감정과 의미의 표현이 된 골 세레머니는 이제는 축구 문화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일부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날두의 ‘호우’세레머니와 손흥민의 ‘찰칵’세레머니, 디발라의 ‘마스크’ 세레머니 등 세계 축구팬들에게 이처럼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종교, 정치적 세레머니
스폰서 효과 급감
여러 가지 세레머니 중 상의 탈의를 하는 세레머니가 경고를 받게 된 이유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고 한다. 앞서 설명했듯, 시간 관리를 위함도 있지만 단순히 이유가 하나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득점을 하게 되면 ‘원샷’이 잡히게 되는데 유니폼 안에 선수가 정치적, 종교적인 메시지를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박종우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지만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세레머니를 했다가 메달 박탈 위기까지 갔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스폰서를 배려하기 위함이라는 말도 있다. 스폰서는 브랜드 홍보 효과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유니폼만 봐도 스폰서가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선수가 상의를 탈의해 버린다면 홍보 효과가 떨어져 스폰서로부터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여자 월드컵
상의 탈의가 계기
상의 탈의 세레머니 경고의 또 다른 이유는 문화적인 이유인데, 신체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국가들도 있기 때문에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규정은 원래는 없었으나 여자 월드컵 결승 당시 미국의 브랜드 체스테인 선수가 여자 선수 최초로 상의 탈의 세레머니를 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 체스테인이 입은 스포츠 브라가 ‘핫 아이템’이 되면서 인기를 끌었는데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노출이었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와 같은 규정이 생기게 됐다고 한다. 그 밖에 주심에 따라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세레머니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조롱하거나 혐오스러운 동작, 시간 지체 등이 해당된다.
세레머니 규칙
논란된 세레머니
FIFA의 경기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득점 시 선수에 의한 세레머니는 과하지 안아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규칙상 적당한 골 세레머니는 인정받고 있으나 과도한 표현으로 시간이 너무 낭비되어 경기 진행이 방해되는 경우 심판이 중지시킬 수 있다. 또한 도발적인 태도는 물론 머리를 유니폼으로 덮는 행위도 경고 대상이 된다.
과거 논란이 됐던 축구 세레머니 중 나치식 경례, 마약을 흡입하는 모습 흉내 그리고 옷 안에 정치, 종교적 문구를 써 카메라에 들이대는 세레머니들은 이후 파장이 커져 벌금을 부과하거나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선수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