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A 최초 골 기록
대북제재로 묶인 꿈
월급 대부분 조국에 보내
지난 21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전 세계 축구팬들은 자국을 향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본선 무대를 밟은 32개의 출전국은 축구공 하나에 웃기고 울기도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 결승까지 더욱 가까워진 8강에 접어들며 그 열기는 더욱 뜨겁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북한에서도 매일 4개 정도의 월드컵 경기 녹화본을 중계하고 있다. 경기를 요약한 보도 내용까지 전달하는 등 북한 역시 월드컵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인다. 이는 북한이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한 바 있는 만큼, 여느 나라 못지않은 축구 열기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심과 달리 최근 몇 년간 국제 축구무대에서 북한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비롯해 국가대표팀의 모습이 자취를 감춘 것인데, 이에 과거 북한 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명문구단 ‘유벤투스’에 입단했던 한광성에 대한 소식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 축구선수 이승우와
유망주로 꼽혔던 한광성
1998년 평양에서 태어난 한광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휘 아래 2013년 엘리트 축구선수 양성을 위해 지어진 국제축구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모인 80명 중 뛰어난 두각을 보인 40명을 추려 유럽으로 유학을 보냈는데, 수비수와 공격수를 20명씩 나눠 이탈리아의 페루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보냈다.
한광성은 수비를 비롯한 공격적 측면에서 모두 재능을 보여 양팀에서 일명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이와 같은 북한의 노력은 곧바로 결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대표팀 챔피언십 우승, 19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여자대표팀 금메달과 남자대표팀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특히 한광성은 AFC 16세 이하 대표팀에서 3골을 넣어 우승을 견인한 주인공이다. 그중 1골은 한국과 치른 결승전에서 넣으며 북한에서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또한 2016년에는 영국 매체 ‘가디언’이 선정한 세계축구 유망주 50인에 이승우와 함께 이름을 올려 ‘북한 호날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안정환이 몸 담았던
페루자에서 활약
이처럼 일찌감치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광성은 2015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칼리아리 칼초 유스팀에 입단했다. 2년 뒤 만18세 나이로 칼리아리 세리에A(1군)에 콜업되며 본격적인 프로무대에 밟을 디뎠는데, 2경기 만에 득점 포인트를 올리며 세리에A에서 최초로 골을 넣은 북한 선수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로도 계속 1군에서 활약하며 2016-17시즌 동안 5경기 출전 1골로 마무리했다. 그러던 중 2017-18시즌에는 한국 전 축구대표팀 안정환이 뛰었던 페루자 갈치오로 임대로 보내졌다. 당시 페루자는 2군 리그인 세리에B에 있었는데 승격을 위해 한광성을 임대로 데려온 것이다. 전반기에만 7골 3어시스트를 기록한 그의 활약은 유럽 최강 구단인 유벤투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결국 2019시즌을 앞둔 유벤투스는 한광성을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 500만 유로(약 66억 7700만 원)와 연봉 21억 8000만 원을 제안했다. 한광성은 유벤투스가 건넨 손을 잡았고 호날두와 디발라, 이과인 등 슈퍼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다만 그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23세 이하 팀에서 뛰어야 했다.
그렇기에 23세 이하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게 중요했는데, 그러던 중 세리에A에 콜업 기회도 한 차례 얻었다. 교체 명단까지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23세 이하 팀에서도 이렇다 할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전반기 20경기 출전해 1골 2도움에 그쳤다.
UN의 대북제재가
유망주의 발목 잡아
유벤투스에서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6개월도 머물지 못하고 중동리그인 알두하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알두하일은 유벤투스에 무려 700만 유로(약 95억 7000만 원)에 이르는 이적료를 지급하며 한광성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에 보답하듯 그는 2019-20시즌 후반기 10경기 출전해 3득점을 올려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알두하일에서 한광성이 갑작스럽게 방출됐는데, UN이 북한 해외 노동자를 일괄 추방하는 대북제재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광성뿐 아니라 오스티리아 리그에서 뛰던 박광룡과 세리에B 최성혁 등이 더 이상 해외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조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잊혀 갔다.
한편 UN은 이들의 수입이 북한 당국으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는데, 스페인 매체 ‘마르카’에 따르면 “한광성의 월급 1억 8200만 원 중 생활비 200만 원을 제외한 금액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황은 미 국무부가 발표한 보도에 의해 더욱 논란이 됐다. 미 국무부는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9만여 명의 수입 중 70~90%를 착취해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