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매 혐의로 수감
WNBA 15개 덩크슛 기록
그라이너 석방에 갈린 의견
러시아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브리트니 그라이너(피닉스 머큐리)가 최근 근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공항에서 수화물 검사 과정에 대마초를 소지한 사실이 적발돼 마약 밀매 협의로 체포돼 8월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그라이너는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료용 대마초를 처방받았고, 급하게 짐을 싸다 실수로 소지하고 있었던 것뿐이다”라며 러시아 법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법원은 이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그라이너는 타국에서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데 8일 미국 매체 ‘CNN’에 따르면 그라이너가 10개월 만에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는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측과 협상을 통해 그라이너를 미국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인 무기상 빅토르 부트와 맞바꿨다. 이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황에서 교환이 이뤄졌고, 그라이너는 극적으로 본국 땅을 다시 밟게 됐다.
특히 미국은 그간 포로나 인질교환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이례적으로 러시아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과연 그라이너는 미국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아보자.
올림픽 금메달 영웅
올스타에만 7회 선정
그라이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농구선수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 챔피언십을 비롯한 WNBA 및 유로리그 우승,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미국의 2연패를 이끌었던 것이 그 이유를 증명해 준다. 여기에 올스타에 7차례 선정된 인기까지 더해 WNBA 선수 중 단연 스타로 꼽힌다.
특히 도쿄올림픽에서는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남기곤 했는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무려 30점을 넣은 것이다. 아무리 세계 최강인 미국이라한들 한 경기에 30점을 넣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올림픽 결승이라는 큰 무대였던 점에서 그 기록은 엄청나다 할 수 있다.
당시 국제농구연맹(FIBA)가 언급한 것에 의하면 그라이너의 기록은 역대 올림픽 여자농구 결승전 최다 득점으로 알려졌다. 1996 애틀란타올림픽에서 미국의 전설 리사 레슬리가 브라질을 상대로 기록한 29점이 드디어 깨진 것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이변 없이 1순위 지명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맹활약을 한 그라이너가 놀랍지 않은 것은 2013 WNBA 신인 드래프트 때부터 모든 구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NCAA 여자 농구 디비전 1에서 베일러대를 우승에 견인했는데, 그라이너가 대학 4년간 기록한 블록만 748개로 NCAA 남녀 농구를 통틀어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12년에는 40경기에 출전해 평균 23.2득점, 9.5리바운드, 5.2블록을 기록했는데, 206cm의 큰 신장을 통한 18개의 덩크슛까지 넣는 등 남자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자랑했다. 이로 인해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는데, 미국 매체 ‘AP’는 그라이너를 올해의 여자선수에 두번이나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으로 그라이너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피닉스 머큐리로부터 이변 없이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이에 피닉스는 지난 시즌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제대로된 기량을 펼치지 못했는데, 그라이너를 영입함에 따라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이듬해 피닉스는 그라이너를 통한 파이널 우승과 컨퍼런스 우승 모두를 안게 됐다.
그는 피닉스에서도 어김없이 덩크슛을 쏘며 WNBA 역사를 새롭게 써나갔다. 2019년 LA 스파크스에서 넣은 덩크슛을 시작으로, 15개의 덩크슛을 터뜨려 ‘덩크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WNBA은 1997년 출범한 이례 총 23개의 덩크슛이 기록됐는데, 그중 그라이너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번의 실수로 잃은 신뢰
미국내 비판 거세
한편 그라이너가 미국으로 돌아온 것을 두고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그를 데려오기 위해 미국이 풀어준 인물이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무기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부트를 다룬 내용이 영화로 다뤄질 만큼 국가 안보를 위협하면서까지 그라이너를 구출할 만한 가치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당시 그라이너는 인종차별에 반대 시위에 참여했는데, 프로리그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함에 따른 정부 비판에 앞장섰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그라이너를 석방하기 위해 무기상을 석방한 것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자 해명에 나섰는데, 지난 11일 백악관 관계자는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그라이너와 통화했다. 안전하게 비행기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