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성적 남기고 유턴
국가대표 투수도 방출
두 번의 마이너리그 강등
정식 드래프트에서 구단에 지명을 받지 못한 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야구선수가 11년 만에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세계가 놀랐다. 바로 뉴욕 메츠와 계약한 일본인 투수 ‘센가 코다이’ 이야기다. 지난 11일 MLB 공식 홈페이지에는 “메츠가 소프트뱅크 소속의 센가와 총 5년 약 979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그가 소프트뱅크 육성 선수로 활동할 당시 연봉(약 2588만 원)의 약 681배 상승한 금액이다.
이에 일본 야구계는 센가를 향해 육성선수의 성공신화라 극찬했다. 다만 앞서 MLB를 진출했던 선수 중 부진한 성적으로 자국 리그로 돌아온 선수들의 사례가 즐비한 만큼, 일각에서는 MLB 성적이 나오기 전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MLB에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받고 갔다가 폭망해 돌아온 일본 야구선수는 누가 있을지 알아보자.
일본 타격기계 아키야마
MLB에서는 0홈런 0.224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에서 ‘타격 기계’라는 별명으로 불린 아키야마 쇼고. 그는 NPB에서 통산 9시즌 1207경기 타율 3할1리, 116홈런, 513타점, OPS 0.830으로 맹활약했는데, 2015년에는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인 216안타를 작성했다. 2017년에는 무려 25홈런을 터뜨려 타격왕을 차지한 것에 이어 2018년 24홈런, 2019년 20홈런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5년 연속 170안타 이상을 달성하는 등 MLB에서 러브콜을 안 보낼 이유가 없었다. 결국 야키야마의 활약을 눈여겨 본 신시내티는 2020시즌을 앞두고 3년 약 25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신시내티의 기대는 얼마가지 않아 무너져 버렸다. 야키야마가 지난 2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2할2푼4리에 그친 것은 물론 21타점 OPS 0.594를 기록한 것.
올해 치른 7번의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1할8푼2리 OPS 0.364에 그치자 신시내티는 야키야마를 완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야키야마는 MLB를 비롯한 자국 리그 복귀가 가능해졌는데, 미국 생활을 마무리한 채 NPB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MLB 진출 폭망 후
친정 팀에서도 방출
야마구치 슌에 비하면 야키야마는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야마구치는 NPB에서 427경기에 등판해 64승 58패 112세이브,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했는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에이스로 2019시즌 다승왕을 포함해 3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이에 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년 액 78억 원에 계약을 맺고 MLB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류현진과 함께 토론토에 합류하며 여러 외신의 이목을 끌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17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8.06의 부진을 겪으며 불과 1년 만에 지명할당 조치를 당한 것. 자연스럽게 방출 수순을 밟게 된 그는 2021시즌 도중 방출돼 마이너리그로 가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스플릿 계약을 통해 다시 한번 MLB 복귀를 고전하던 야마구치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5경기 승리 없이 평균자책점 6.17에 그쳤고,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인 후 6월 친정 팀인 요미우리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미 떨어져버린 폼은 요미우리에서도 되살아날 기미가 안 보였다. 지난달 일본 매체 ‘J-CAST’는 “요미우리에서 방출당한 야마구치가 낭보를 기다리고 있으나, 현역 연장이 쉽지 않을 듯하다”고 방출 소식을 전했다. 이는 야마구치가 미일 통산 17년 차 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1군 등판은 1경기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어 J-CAST는 “베테랑만이 갖고 있는 경험이란 것이 있겠지만, 야마구치의 경우 직구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다. 솔직히 젊은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며 “NPB 입장에서는 현역 연장은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88억 먹튀 논란에도
MLB에 남을 것
한편 MLB에서 찬밥 신세가 됐음에도 계속해서 미국에 남아 꿈을 이루겠다는 일본 야구선수도 있다. 먼저 일본인 투수 아리하라 고헤이는 2021시즌 텍사스와 2년 약 88억 원에 계약하며 MLB 진출에 성공했는데, 첫 해부터 ‘먹튀’ 논란에 시달려댜 했다. NPB에서는 6시즌 통산 60승 커리어를 자랑하고 있지만, MLB에서는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59로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오른손 중지 통증과 어깨 부상으로 큰 수술까지 받아야 했는데, 복귀 후에도 여전히 이렇다 할 성적을 얻지 못했다.
텍사스로부터 지명할당 조치를 당하며 구단 산하 트리플A 라운드록 익스프레스에 간신히 잔류했다. 계속된 노력 끝에 어렵게 콜업 기회를 잡았지만, 5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9.45로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아리하라가 스토브리그에서 MLB 계약을 전제로 복수 구단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 전했는데, 과연 앞선 선수들과 달리 성공적인 잔류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