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떠난 벤투 감독
일본 차기 감독 후보
세계적인 명장들 연결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역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신화를 이뤄낸 벤투 감독이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다. 지난 4년 4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벤투 감독의 거취 여부는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당초 벤투 감독은 2026년 월드컵까지 지휘할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종예선이 끝난 직후 일본에 0-3으로 패배하고 대표팀 분위기와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에게 아시안컵까지 우선 1년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과 협회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냉정하게 당시 벤투 감독의 여론과 대표팀 상황을 본다면 함부로 4년 계약을 할 수 없던 노릇임은 분명했다.
차기 감독 후보
김학범, 최용수
벤투 감독이 떠난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두고 차기 감독 후보가 추려지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국내 감독인 김학범과 최용수 감독이다. 김학범 감독은 2018 아시안게임 우승, 2020 U-23 대회 우승으로 지도력만큼은 인정 받았지만, 도쿄 올림픽 8강 탈락과 더불어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던 감독 중 한 명이다. 압도적이진 못했지만, 결과를 보여준 감독이고 체력적인 면과 체계적인 방식을 가진 그의 지도력은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2012~2016년까지 FC서울 감독직을 수행하며 리그 우승과 더불어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중국 리그로 넘어갔으나 다시 국내로 복귀했다. 2019년 서울로 다시 복귀해 압박식 축구로 부활을 이끌었고 강원 FC로 둥지를 옮겨 올 시즌 강원의 최고의 시즌을 만드는 쾌거를 누렸다. 자신만의 색깔이 확고한 감독이기에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뽑히고 있다.
16강 진출한
일본 감독 후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럽의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죽음의 조에서 당당히 1위로 16강에 진출한 일본 축구 대표팀. 16강에서 강호 크로아티아를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의 이러한 활약을 두고 자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있고 일본 모리야스 감독도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모리야스 감독의 계약기간도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으로 재계약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월드컵 성적을 거뒀지만 다른 외국인 감독도 후보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현지보도에 따르면 전 독일 감독 뢰브,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 비엘사, 전 벨기에 감독 마르티네스 그리고 현재 일본 감독인 모리야스 감독까지 차기 감독 후보는 4명이다.
한국과 대비되는
일본 축구협회 행보
일본은 대한축구협회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똑같이 월드컵을 이끌었던 감독의 계약기간이 끝나 새 감독 혹은 재계약을 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본은 유럽에서 검증된 감독을 선임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차기 감독 후보군을 일찌감치 선정하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뢰브 감독의 이름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뢰브 감독은 2014년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세계적인 명장이다. 비록 2020년 부진으로 그만두긴 했지만, 그가 지닌 역량은 세계 톱 글래스 수준이다. 여기에 프리미어리그 감독 출신 비엘사 감독, 벨기에를 2018년 4강으로 이끈 마르티네스까지 모두 세계적인 명장으로 정평이 나있는 감독들이다.
답답한 축구 팬
한국 제자리걸음
일본이 이토록 세계적인 명장을 후보에 두고 있는 동안 한국 축구협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사실상 축구협회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지난 9월에 결별이 확정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월드컵 일정이 종료된 현재까지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여전히 흘러나오는 보도에 따르면 차기 감독 후보는 국내 감독 2명 뿐이다.
일본이 세계적인 수준의 감독 선임을 추진하는 사이 한국은 제자리걸음 행보를 보이고 있어 축구 팬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카타르 월드컵뿐만이 아니라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진력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낼 만하다. 축구협회의 지지부진한 실행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가 일본을 따라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차원이 다른
예산 수준
한국이 일본과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명하고 좋은 감독을 선임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예산 때문이다. 한국 축구협회의 총예산은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일본 협회의 2,500억 원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유럽 축구 강국들을 살펴보면 프랑스는 4,200억, 독일은 5,500억, 영국은 6,400억 원으로 재정 수준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다 보니 축구 강국 협회들은 유명한 감독들을 한국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임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다. 현재 일본 차기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감독들은 우리나라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뢰브 감독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당시 55억 원으로 가장 연봉이 높은 감독이었고 비엘사 감독의 경우 프리미어리그에서 받던 연봉이 100~120억 원인데 벤투 감독의 4년 치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월드컵 이후 새 감독 찾는 팀들이 늘어나는데 능력 있는 감독들은 팀 수준이 높고 연봉을 많이 주는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한국이 좋은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