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민 한동민 김영민 장효훈
이름 바꾸고 활약
개명선수 늘어나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또 다른 수단이다. 연예인들은 예명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내세운다. 2005년 11월 대법원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한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프로야구에서 개명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2022년 한 해 동안 개명을 신청한 선수는 7명에 달한다.
2022년 개명 신청선수
김동은(키움) -> 김대한
조영우(SSG) -> 조이현
이동훈(kt) -> 이시원
김이환(KIA) -> 김도현
김현민(한화) -> 김건
최재성(SSG) -> 최수호
김대현(LG) -> 김단우
아직 공식적인 오피셜이 뜨진 않았지만, 김정빈(KIA) 선수가 김사윤으로 개명했고, 문대원 (두산) 선수도 문원으로 개명하는 등 2023년에도 프로야구 개명 열풍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FA로 풀려있는 강윤구 선수도 강리호로 개명해 새 팀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선수들이 어떤 이름으로 개명했을까, 그 열풍을 시작부터 끝까지 찾아보고자 한다.
개명 대박 1호 손아섭
롯데 개명열풍 불러와
2009년 손광민은 입단한지 3년차가 된 유망주 외야수였다. 2차 4라운드로 높은 순번에 지명되진 않았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꾸준히 1군 무대에 출전했다. 2008년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리를 기록했고, 곧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됐다. 2009년 1월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손아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했다. 어머니가 작명소에서 직접 받아온 이름이었다. “이 이름을 쓰면 부상 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개명을 결심했다.
이후 2009년은 주춤했지만, 2010년 손아섭은 국가대표 외야수로 자리 잡는다. 연봉은 대폭 상승했고 국가대표로도 뽑히며 대한민국 대표 외야수가 됐다. 2차례 FA 대박을 터트리며 총 162억 원에 달하는 돈을 벌기도 했다. 손아섭이 개명 후 대성공한 후 롯데에는 개명 열풍이 불었다.
성적에 절박한 선수들이 한두명씩 개명을 시작했다. 박남섭(박준서), 박승종(박종윤), 문재화(문규현), 이승화(이우민), 이준휘(이지모), 황동채(황성용), 김주현(김동현), 김재열(김태석), 오병일(오수호), 강동수(강로한), 나종덕(나균안), 오승택(오태곤) 모두 개명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다. 선발 라인업 중 절반 이상이 개명한 선수로 메워진 적도 있었다.
개명 사유 다양
새출발이 대다수
개명한 선수는 다양하지만, 개명한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다. 대다수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야구인생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 개명을 선택했다.
나종덕은 KBO 역사상 최악의 포수이자 최악의 선수였다. 포수가 없었던 팀 사정상 2년차였던 2018년부터 포수로 적극 기용됐지만 타격과 수비 모두 처참했다. 팬들로부터 비난받았고, 나균안 자신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2020년 시즌 중 나종덕은 포지션을 투수로 바꾸는 모험을 선택한다. 초등학교-중학교 시절 투수 유망주였지만 고등학교 이후 포수로 포지션을 전환해 투수 경험이 전무했지만,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나름대로 140km대 구속을 던지며 괜찮은 인상을 남겼고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활약했다.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지 얼마되지 않아 나종덕은 자신의 이름을 나균안으로 개명한다. 이후 2021년부턴 신뢰받을 수 있는 투수로 활약하며 1군 무대에도 이름을 남기기 시작했다. 2022년이 되자 아예 5선발 후보로 뽑혔고, 39경기에 출전해 117.2이닝 동안 ERA 3.98을 기록하며 롯데 자이언츠의 당당한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올해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 각각 U-25, U-23 대표팀이 꾸려지는 가운데 나균안 역시 선발후보 중 하나다. 최악의 선수라 불렸던 미운 오리 새끼가 개명 후 국가대표가 되는 셈이다.
이름 바꾼 투수
우승멤버 활약
2015년 김영민은 기량이 급상승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최고구속 155km의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돌려세웠고, 개인 첫 완봉승을 달성하며 활약한다. 그러던 9월 24일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1군에서 말소된다. 시력이 약화됐고, 체력이 나빠지면서 선수 생명의 기로에 섰다. 다시금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김영민은 자신의 이름을 김세현으로 개명한다.
개명은 성공적이었다. 김세현은 새 시즌 마무리투수로 나서 36세이브를 올리는 등 주축 선수로 활약한다. 2017년엔 팀을 KIA 타이거즈로 옮겨 한국시리즈 중요한 경기마다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고, 팀의 우승을 이끄는데 성공한다. 개명 후 일이 잘 풀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사례다.
2020년 야구선수 한동민은 자신이 친 파울타구에 정강이를 맞아 큰 부상을 당한다. 2달 가까이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후에야 겨우 다시 출전하게 됐지만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며 시즌아웃된다. 전체 경기 중 6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크게 부진하며 아쉬운 시즌을 보낸다.
그러던 중 소속팀 SK 와이번스가 SSG 랜더스에 인수되며 소속팀이 변경된다. 여기서 한동민은 자신의 등번호, 이름까지 모두 바꾸며 부상을 뒤로 잊고 새롭게 멋진 출발을 하기로 결심한다. 손아섭이 이름을 바꿨던 개명소에 방문해 자신의 이름을 ‘한유섬’으로 변경한다. 개명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2021년 부진을 털어내고 31홈런을 날리며 중심타자로 활약했고, 2022년엔 팀 우승을 이끌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