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표팀 첫 혼혈선수 발탁
그 주인공은 케이시 유진 페어
월드컵 참가국 중 최연소 등극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이 오는 20일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담금질에 한창이다.
지난 10일 출국해 현지 베이스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표팀. 많은 이들이 이번 월드컵에 큰 기대를 갖는 이유가 있다.
김정미(현대 제철)를 비롯해 조소현(토트넘 홋스퍼FC 위민), 지소연(수원FC 위민) 등 일명 ‘황금세대’가 주축이 돼 호성적을 노리고 있기 때문.
이러한 기대 가운데 축구 팬들의 시선이 이색 이력을 가진 한 선수에게로 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혼혈 선수인 ‘케이시 유진 페어(PDA)’.
그동안 다른 국가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귀화시키거나 혼혈 선수를 자국에 데려와 전력 강화를 시도해 온 바 있다. 반면 한국 축구는 ‘순혈주의’라고 불릴 만큼, 남녀를 불문하고 한국인만 기용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 그 벽을 부수고 첫 혼혈 선수가 탄생하자 모두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있다.
미국에서도 주목하는 페어
태극마크 달고 월드컵 향해
지난 10일 대한축구협회(KFA)는 여자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여자 축구 대표팀 최종 소집 훈련 명단 31명을 발표했다.
KFA는 이번 소집을 통해 5명을 새롭게 발탁했는데, 이 중에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어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페어는 한국 축구사상 여자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든 최초의 혼혈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생인 그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저돌적인 돌파 능력, 득점력을 두루 갖췄다. 현재 미국 명문 유소년 팀인 PDA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해 3월 미국 U-15(15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에 소집되는 등 미국에서도 촉망받는 선수다.
태극마크 달고 트로피 드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서
이처럼 대표팀에 한 번 이름을 올린 바 있는 페어.
그러나 FIFA 규정상 성인 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에 출전한 바 없기에,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로 뛰길 바라는 꿈을 가진 페어의 의지가 엿보이는데, 그는 “언젠가 한국 여자 대표팀 선수가 돼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꿈의 첫 번째 단계인 태극마크와 월드컵 행이 현실화된 셈. 다만 아직 어린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이번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총 736명의 선수 가운데 페어가 가장 어리다. 이를 두고 벨 감독은 “능력만 보여준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어린 선수도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월드컵 명단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페어의 태극마크 발탁에 앞서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대일이 1998 프랑스 남자 월드컵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은 바 있다. 하지만 본선 경기에서 뛰지 못했기에, 페어가 1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을 경우 월드컵 무대를 누빈 한국 최초의 사례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