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에서 대이변
VAR 없던 월드컵 오심
1mm 종이 한 장 차이
일본이 2일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스페인을 2-1로 꺾었다. 이로써 일본은 2승 1패 승점 6점으로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는데, 전반 1-0으로 끌려 갔음에도 후반 6분 만에 연속골을 넣어 기적과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그런데 일본이 16강 진출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역전골의 주인공 다나카 아오의 골 기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처음 주심의 판정이 비디오 판독(VAR) 후 번복이 됐기 때문인데, 이를 본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지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전에서 나온 심판의 오심을 제기한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보자.
VAR과 센서가 살린
일본 두 번째 골
이날스페인은 초반부터 높은 볼 점유율을 앞세워 전반 11분 만에 알바로 모라카가 일본의 골문을 열며 득점을 기록했다. 스페인은 일본의 약점을 정확히 공략하는 등 적극적인 공격에 가담했는데, 일본은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다소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등 지루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지난 2경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후반전 시작에 앞서 공격적인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독일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도안 리쓰와 미토마 카오루 를 투입했다. 이에 스페인 수비진은 일본의 전방 압박에 빈틈을 보였는데, 도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후반 3분 동점골을 만들었다.
1-1 동점 상황이 만들어지자 일본은 더욱 맹공격을 퍼부었다. 후반 6분 도안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보낸 패스를 미토마가 가운데로 띄웠는데, 다나카 아오가 그대로 볼을 밀어 넣어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었다.
골이 들어간 순간 스페인 선수들은 곧바로 양손을 위로 올려 골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스페인 선수들은 미토마가 공을 올리기 전 이미 골라인을 넘어갔다는 주장으로, 주심 역시 골라인 아웃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VAR 판독 결과 주심의 처음 판정이 번복되고 골이 인정됐다.
일본의 16강 골은
램파드 골에 대한 카르마
스페인과 일본 경기는 E조에서 누가 16강행 티켓을 가져갈지 전 세계가 주목한 경기였다. 그중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일본의 골라인 아웃 논란에 분노를 표했는데, 잉글랜드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만난 독일 경기에서 ‘최악의 오심’으로 프랭크 램파드의 골이 취소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잉글랜드는 전차 군단 독일을 상대로 전반 2-0으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매튜 업슨이 1골을 만회하며 뒤를 바싹 쫓아갔다. 곧이어 램파드가 중거리 슛을 통해 골망을 흔들었고 이후 노이어가 공을 품에 안았다. 당연히 득점일 것이라 생가간 잉글랜드 관중은 환호했는데, 심판은 끝내 골로 인정하지 않았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다.
이를 본 축구팬들과 각국 매체는 명백하게 골라인을 통과했음에도 심판이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에 의아해했다. 해당 골로 인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던 잉글랜드는 억울한 상황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고, 독일은 분위기를 몰아 2골을 추가해 4-1로 8강에 오른 바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있었던 이유는 VAR의 유무를 꼽을 수 있다. FIFA는 VAR 판독 시스템을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도입했기에, 이전 월드컵에서는 심판의 고유 권한인 판정으로 선수들은 수많은 오심과 싸워야 했다.
각국 매체는 논란 제기
일본은 볼 인 플레이 주장
한편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일본의 역전골을 본 SBS 이승우(수원FC) 해설위원은 “나갔네요. 골라인 아웃으로 보인다. 제가 봤을 땐 아웃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VAT 판독 결과 득점으로 인정되자 MBC 안정환 해설위원은 “우리가 미세한 차이까지 볼 수는 없다”며 “공은 둥근 형체이기 때문에 밑면 부분이 넘어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측면은 라인에 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C 서형욱 해설위원 역시 “스페인 선수들도 공이 라인을 나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접근을 안 해준 게 패착이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VAR이 실팼다. 팬들과 전문가들은 일본의 결승골이 라인 아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가디언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라인을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경기가 끝난 후 미토마는 “공이 1mm라도 라인 안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다리를 뻗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미토마의 말을 설명했는데, “공의 일부라도 라인에 닿았을 경우 ‘볼 인 플레이’다”며 “종이 한 장 차이인 1mm가 일본에 행운이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