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
유럽 진출에 대한 소신 발언
“유럽파 많은 일본 부럽다”
이번 월드컵에서 주가를 한껏 높인 대한민국 선수 중 한 명은 김민재다. 올 시즌을 앞두고 페네르바체에서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적해 세계적인 무대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기량을 입증한 김민재는 처음으로 참가한 월드컵에서도 부상을 안고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체력, 건장한 체격과 몸싸움 그리고 패싱력까지 겸비하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민재는 월드컵을 마친 뒤 빅클럽들의 구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자 원소속팀 나폴리는 김민재의 이적을 막기 위해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릴 정도다. 나폴리 감독도 현지 언론을 통해 김민재 없이 우승은 어렵다는 뜻을 내비치며 김민재의 가치는 월드컵 이후에 한껏 오른 것으로 보인다.
소속팀 복귀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
벤투호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킨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다시 세리에A를 평정하러 간다.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과 개인 일정을 마친 김민재는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출국장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에 “월드컵에서 느낀 게 많았다”라며 소회를 털어놨다.
김민재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팀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라며 “우리 준비과정이 되게 길어서 솔직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라고 돌아봤다. 또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후 유럽 클럽 사령탑을 맡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표팀에서 함께한 선수들을 영입할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선수들을 많이 데려가시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사실 한국에서 유럽 진출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김민재의 소망
선수들의 유럽 진출
김민재가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힘들다고 얘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구단과 풀어야 할 게 많다. 또한 이적료도 비싸고 구단이 쉽게 선수를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김민재는 “이번에 K리그 선수들도 월드컵에서 활약했다. 구단 입장이 아니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감히 한마디 하자면 유럽 팀에서 제안이 온다면 좋게 잘 보내줬으면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서 “이런 측면에서 일본이 부럽다”라고 밝히며 “일본에는 유럽 선수들이 많아 경쟁력이 있다. 사실 비교할 거리가 안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에 대한 소신 발언을 내놨다. 사실 일본과 한국의 유럽파 숫자는 최근 들어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 명단만 보더라도 일본의 최종명단 26인 가운데 19명이 유럽파다. 반면 벤투호에서는 8명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
일본 월드컵 선전
많은 유럽파의 힘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와 함께 일본도 16강에 진출했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독일, 스페인과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되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일본은 4강에 진출한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탈락했다. 특히 일본 축구가 야심 차게 키우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유럽파 선수들이 이변의 중심에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일본 모리야스 감독 입장에서도 유럽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20명 가까이 되면서 이들을 선발은 물론 후반 조커로까지 폭넓게 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해진 선수의 틀이 아닌 능력 있는 선수들을 다양하게 기용하면서 선수들의 체력까지 안배하는 모습이었다. 화수분 같은 유럽파가 대이변의 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손흥민과 김민재라는 공수 양면에 걸쳐 유럽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지만 일본 축구가 갖고 있는 유럽파의 힘과 저변에 못 미치는 상황인 셈이다. 유럽 빅리그 혹은 중상위권 리그에서 갈고 닦은 일본 선수들의 개인기과 전술 소화 능력 등은 몇몇 선수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대표팀과 뚜렷하게 비교가 된다. 최근 연령별 한일전 대패와 함께 한국이 일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병역 문제 걸림돌
유럽 진출 장려
한국 축구 내막을 들여다보면 2000년대 이후 유럽파의 숫자가 조금씩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박지성, 손흥민과 같은 빅스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하다. 아무리 유럽파의 숫자가 늘어난다 한들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역 문제다. 한국은 특정 나이까지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대회 메달을 통해 병역 면제를 받지 못한다면 유럽에 진출하더라도 한국에 다시 돌아와 2년이라는 시간을 날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가 유럽파 숫자를 늘리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걸림돌이 없는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유럽 진출을 장려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어느덧 100여 명이 넘어가고 있다. 일본은 선진적인 유럽 축구 문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자신들의 부족한 것을 피드백하고 있는 것. 당연히 기량이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김민재의 말처럼 한국도 적극적으로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향후 한국과 일본 축구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