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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복 도서출판점자 대표가 31일 서울 성동구 도서출판점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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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를 들은 시각장애인이 우리나라 대통령 이름을 어떻게 인식할 것 같으세요. ‘윤성열’ 입니다. 표기가 없는 음성의 한계죠. 그래서 저는 점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점자의 날(11월4일)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동복(50) 도서출판점자 대표가 점자책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16년 간 일한 뒤 2015년부터 사회적기업 (주)도서출판점자 대표이사직을, 2017년부터 한국점자도서관 관장을 맡아 시각장애인들의 ‘읽을 권리’를 위해 힘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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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복 도서출판점자 대표가 31일 서울 성동구 도서출판점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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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는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문자다. 하지만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이 생긴 뒤로는 외면 받는 추세다. 김 대표는 “점자로 된 읽을 거리를 구하기 어려울 뿐더러, 점자를 가르치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없다 보니 장애인들마저 그냥 ‘음성 파일’을 선호한다”면서 “신문이나 소설, 수필을 간단히 읽는 정도면 몰라도 경제학을, 영어를 음성 파일에만 의존하면 듣고 글을 썼을 때 표기도 정확하지 않고, 학습이 제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점자 책을 출판하겠다는 결심도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가 만든 도서출판점자는 독서 장애인을 위한 점자라벨도서· 큰글자도서·촉각도서 등을 만들고 다양한 기업 및 단체의 점자 명함, 리플렛 등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전체 근로자 36명 가운데 장애인 근로자는 11명이다. 이들이 손수 점자를 찍어 명함을 만들거나 점자 도서 초안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검수 작업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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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성동구 도서출판점자 본사에서 발달 장애인 직원이 점자 명함을 만들고 있다. 김남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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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도서의 품질은 도서출판점자의 본질이자 자부심이다. 국내에서 점자 도서 신간을 가장 많이 제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자가 틀리거나, 출판 지침이 맞지 않는 등의 오류가 거의 없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김 대표는 “직접 만들어 출판한 점자 도서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일은 1년에 한 건 정도”라면서 “제작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출판 전에 직원들이 꼼꼼하게 검수해서 모두 조치하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점자 제작 관련 업체가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과물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표기 방식 등을 지키지 않거나 설명이 부족한 점자 제품은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장애인들이 이 세상에 나와서 경제·문화·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상에 완성도 높은 점자가 잘 뿌려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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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성동구 도서출판점자 본사에 점자 라벨 도서를 만드는 기계가 놓여있다. 김남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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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점자는 올해 6월 당초 목표였던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증 받았다. 김 대표는 “효율성과 가성비를 생각해 점자 인쇄물 제작에 자동화 기계를 도입할 수도 있지만, 장애인 직원들이 ‘회사’라는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수제 명함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단순 발달·시각 장애인을 넘어 이중·삼중 장애를 가지고 있는 ‘헬렌켈러 직원’을 고용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도서출판점자에서 장애인 직원들의 손을 통해 탄생한 점자 명함은 한 달에 최대 40건 이상, 점자 라벨 도서는 600~700권까지 팔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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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점자에서 만든 중학 수학 문제집. 김남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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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자 유니버셜 디자인’을 보편화 하는 것이다. 책 한 권에 한글과 그림, 점자와 그래픽 점자를 모두 담아낸 인쇄물을 더 늘리자는 의미다.
“한글만큼이나 올해 97돌을 맞이한 한글 점자도 우수합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재원이고, 자립이고, 기회를 주는 점자가 엘리베이터에, 스크린도어에, 난간에, 팸플릿에 정확하게 채워지길 바랍니다. 점자가 널리 보급되기 위해 함께 힘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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