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안주인, 前 리움미술관장 홍라희
이건희와 53년간 결혼생활
시아버지 이병철의 독특한 시집살이
삼성그룹 故 이건희 회장의 아내이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前 리움미술관장은 1967년 이건희 회장과 결혼한 뒤 수십 년간 삼성의 안주인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홍라희 前 관장은 단순히 내조에만 힘쓴 재벌가 부인이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 역시 화려한데, 그는 학창 시절에도 당시 명문학교인 경기여자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미대를 졸업했던 인물이다.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이 연을 맺게 된 계기로는 이들의 부친인 삼성 이병철 창업주와 홍진기 전 관장의 노력이 크게 기여했다고 하는데, 이들의 러브스토리와 결혼 후 생활이 최근 다시 재조명되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은 양가 자녀들을 이어주기 위해 서로 혼담을 나누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병철 회장의 눈에 쏙 든 사람이 바로 홍라희였는데, 명석하고 현명한 홍라희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특히 홍라희는 아버지인 홍진기 회장으로부터 이병철 회장의 국전 관람을 도우라는 얘기를 듣고 그를 안내했는데, 이때 자신의 며느리로 점 찍어둔 이병철 회장은 아들인 이건희와 결혼시키기로 마음먹게 된다.
하지만 당시로서 매우 당찬 신여성이었던 홍라희는 재벌가에 결혼해서 누군가의 그림자로 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양가 어른들의 주선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원치 않는다고 퇴짜놓았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았던 이병철과 홍진기는 이건희와 홍라희를 일본에서 만나게 했고, 실제로 만난 뒤 호감을 느꼈던 두 사람은 9개월 남짓 교제를 이어온 뒤 결혼에 성공한다. 그 후 이건희와 홍라희는 네 명의 자녀를 낳고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난 2020년까지 53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다.
한편 홍라희의 시아버지인 이병철은 결혼 후 홍라희에게 독특한 시집살이를 시켰다고 하는데, 그는 홍라희에게 “인사동에 가서 10만 원 한도로 마음에 드는 골동품을 사와라”라고 시켰다.
홍라희는 하루도 빠짐없이 골동품을 사 오라는 시아버지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인사동에 나가 민화와 토기, 도자기 등을 사 왔다.
홍라희가 매일같이 사 온 온갖 예술품으로 집 안에는 갖가지 골동품이 넘쳐나게 됐는데, 그제야 이병철 회장은 “이제 됐다”라고 외쳤다.
알고 보니 이병철 회장은 자신이 만들 ‘호암미술관‘의 관장 자리에 며느리인 홍라희가 제격이라고 판단했고 그의 안목을 키우기 위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던 것이었다. 시아버지의 큰 뜻을 뒤늦게 알게 된 홍라희는 이후 호암미술관 관장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리움미술관장 등을 맡으며 한국 예술계의 대모로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