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무실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일반인들은 상어와 해파리 공격, 열대 폭풍우, 내비게이션 고장, 육체적 탈진 등과 싸울 일이 없다.
하지만 은퇴한 운동선수 다이애나 니아드는 60대 초반에 스스로 이러한 역경 앞에 섰다. 인류 최초로 보호 케이지 없이 쿠바에서 플로리다에 이르는 110마일 해협을 수영으로 건너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니아드가 서른 살에 수영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니아드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약 30년 정도가 지난 뒤, 그는 20대에 이루지 못했던 꿈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니아드는 1979년에도 이 도전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성공하지 못한 니아드는 2011년부터 네 차례를 더 시도했고, 2013년에 마침내 꿈을 실현했다.
이러한 니아드의 이야기는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친구이자 코치인 보니 스톨의 도움을 받아 도전에 나서는 수영 선수 역은 배우 아네트 베닝이 맡았다.
베닝은 이 역할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화가 그린 실제 인물인 스톨은 BBC 인터뷰에서 “누구나 이러한 도전에 나설 때면, 당연히 성공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는 정말 괴롭죠. 니아드도 그랬을 겁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실패는 1년 더 훈련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스톨은 니아드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절친한 친구(니아드)와함께 파도를 헤치고 작전을 총괄하고 여정을 이끌어가는 이 인물은 조디 포스터가 연기했다.
스톨은 “나는 10년 동안 라켓볼을 쳤고 다이애나는 내게 피트니스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 코치였다”고 말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다이애나의 도전에 코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인간의 의지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니아드’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부부 감독인 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르헬리와 지미 친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앞서 이들은 수직 암벽 등반가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리 솔로’, 동굴에 갇힌 태국 소년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더 레스큐’ 등을 제작한 바 있다.
바사르헬리는 “지미와 나는 불을 향해 달려가는 나방처럼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니아드가 바로 그런 사람이죠.”
“레스큐와 프리 솔로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그런 경험이 여성과 함께 일할 때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어요. ‘어떤 모습이 될까, 다른 면이 있을까?’ 등을 생각했었죠.”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 이외의 다른 사람을 조연이라고 하며, 조연을 연기하는 사람을 조연 배우라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스톨은 조연이라고 말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니아드가 해마다 목표에 도전할 때 항해를 함께하며 최후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인물이 스톨이기 때문이다.
스톨 자신도 “나는 조연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우리가 함께 해낸 거죠. 제 머릿속에서 저는 그가 하는 것을 지켜봤고요.”
스톨은 “나와 다이애나는 수년간의 시도와 훈련 기간 과정에서 완전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다툴 수도 있었지만 (그 기간 동안에는) 단 한 번도 다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금새 지루해하는 편인데, 그 몇 년 동안은 전혀 실증을 느끼지 못했어요.”
영화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니아드가 위험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배에서 보내는 날카로운 오디오 신호를 쏴서, 수영 중에 상어의 접근을 막는 장면 등이다.
그럼에도 니아드는 팔뚝과 목에 해파리 공격을 받아 심한 호흡곤란이 왔고, 결국 세 번째 시도를 포기해야 했다. 그는 다음 시도에서 맞춤형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다.
2013년에 이뤄낸 최후의 성공은 너무나 특별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비평가들은 기록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과연 그는 중간에 휴식을 위해 배를 한 번도 붙잡지 않았을까? 정말 그 짧은 시간에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성공하는 게 가능할까?
세계오픈워터수영협회는 그의 수영 성공 기록을 두고 “상당한 격차”가 있고 공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도 이 기록의 인정을 취소했다.
이와 별개로 과거 니아드는 이전 수영 기록에 대해 과장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고, “마라톤 수영계의 자화자찬”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니아드의 팀은 빠르게 움직이는 걸프만의 흐름이 도전에 유리하게 작용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니아드는 이와 관련된 질문을 거부하며 이렇게 답했다.
“저는 수영을 했습니다. 우리 팀은 쿠바의 바위에서 플로리다 해변까지 말끔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헤엄을 쳐서 도달한 겁니다.”
마라톤수영연맹도 니아드를 지지하며, 그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스톨은 배에서 니아드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했다. 니아드의 팀에는 수석 항해사 존 바틀렛(영화에서 리스 이판 분)을 비롯한 다른 조력자들도 있었다.
스톨은 “비꼬지 않는 것도 규칙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이 몇 시인지도 말하지 않았죠. 하지만 우리는 확실히 한 팀이었습니다.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었죠.”
평단은 대체로 이 영화를 호평했다. 그리고 많은 평론가들이 베닝이 보여준 고집불통의 당찬 인물 묘사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 전문지 ‘콜라이더’의 이사벨라 소아레스는 “베닝은 니아드로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고, 선수의 고집과 강한 의지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고 평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모린 리 렌커는 “인물에 대한 ‘호감’을 위해 다이애나의 거친 면을 숨기지 않은 (시나리오 작가 줄리아) 콕스와 팀 전체에게 박수를 보낸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영화에 대해선 “니아드가 하는 많은 시도가 그냥 화면에 등장한다”고 썼다. “해협 횡단을 시도할 때는 스릴러처럼 긴장감 넘치는 시퀀스가 펼쳐져야 하는데, 다른 부분과의 속도 조절 문제로 인해 충분히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니아드는 LA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 “몹시 감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파업 중인 미국 배우 조합 소속이라, 영화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스톨은 실제 현실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가”매우” 사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이애나의 성격은 매우 다양해서 여러 다른 면이 있는데, 영화는 모든 면에서 다이애나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영화 속 니아드는 순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나와, 관객들의 호감을 사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바사르헬리는 “전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했다”며 “여성들이 그런 역할을 맡은 것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체적인 면모를 가진 이 역할로 인해 베닝은 다섯 번째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바사르헬리는 “신의 뜻이라면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엠마 스톤과 캐리 멀리건, 릴리 글래드스톤, 산드라 휠러 등 쟁쟁한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들은 “상은 마법과 같은 일이지만, (베닝의) 연기는 확실히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넘게 훈련을 했고, 항상 마음에 들 수만은 없는 복잡한 캐릭터를 주저하지 않고 연기해 냈습니다. 64세의 나이에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은 정말 감탄스러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