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과거 ‘형제의 난’이라 불리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금호가의 두 형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 그의 친형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박찬구 명예회장은 8.15 사면·복권뒤 지난달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배척했던 박삼구 전 회장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랜 두 형제의 다툼이 결국 박찬구 회장의 판정승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명예회장, 광복절 사면·복권으로 경영 일선 복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미쓰이화학은 지난달 5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박 명예회장이 지난 5월 경영진에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지 6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130억원이 넘는 규모의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형 선고 실효·복권 대상에 포함되며 취업 제한이 풀렸다.
금호미쓰이화학은 1989년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미쓰이화학이 50 대 50으로 설립한 회사다.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MDI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온용현 금호미쓰이화학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박 명예회장은 미쓰이화학 측 이시모리 히로타카 금호미쓰이화학 부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로 경영에 참여한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은 금호미쓰이화학 측에서 양사 파트너십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량감 있는 인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은 30년 이상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두 석유화학 기업이 견고한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 ‘형’ 박삼구 회장, 횡령·배임으로 징역 10년…2심 중 보석
박 명예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형제의 난’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여전히 법정을 오가는 신세다.
박삼구 전 회장은 박인천 창업주의 3남으로, 2002년 박정구 3대 회장이 타계한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생명보험·항공사·석유화학·부동산·타이어·고속버스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었다.
이후 박 전 회장은 적극적인 외형 확장에 나서며 2006년 당시 국내 최대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6조4255억원에 인수하고, 이어 2008년에는 4조1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통운을 사들였다.
이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시 재계 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외형 확장을 위한 무리한 차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결국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되팔았다.
박 창업주의 4남 박찬구 명예회장은 형 박 전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디. 급기야 금호가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쪼개졌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차례로 매각하며, 2019년 4월엔 그룹 매출의 64%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마저 매각하기에 이른다. 일각에선 ‘형제의 난’으로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춘 금호석유화학도 팔려나갔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삼구 전 회장 체제 아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몰락한 반면, 반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박찬구 명예회장 체제 아래 재계 순위를 5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박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지원토록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고심 진행 중으로, 박 전 회장은 올해 초 법원이 보석을 받아들이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은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2015년 12월 지주사이자 주요 계열사들의 모 회사인 금호산업의 회사 지분을 채권단으로부터 7228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계열사들의 법인 자금을 자신의 경영권 회복을 위해 사적으로 쓰다 법의 철퇴를 받게 된 셈이다.
이에더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이라는 저가에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넘기고, 그 대가로 16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