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경기 시흥시의 한 언어치료센터에서 강사가 장애아동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아동학대 혐의로 30대 센터 강사 A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시흥시의 한 언어치료센터에 근무하며 지난 8~10월 B(7) 군의 언어치료 수업을 진행했다.
B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은 아동으로, 일상적인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은 지난 2년간 해당 센터에서 별문제 없이 교육받아왔으나, 담당 강사가 A씨로 바뀌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B군의 부모는 전했다.
B군의 어머니 C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센터에 가는 것을 거부한 적 없던 아이가 3회차 수업이 지날 때부터 가기 싫다는 반응을 계속 보였다”며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의 뺨이 붉게 물들어 있거나 귀 뒤에 긁힌 상처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지난달 초 C씨는 수업을 마친 아이의 얼굴에 손자국이 찍혀있는 것을 발견, 센터 측에 항의했다.
당시 A씨는 C씨에게 “수업 중 시계에 긁혀서 자국이 난 것 같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C씨가 이튿날 센터에 수업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A씨는 그제야 ‘폭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C씨는 지난 13일 시흥경찰서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을 통해 확인한 CCTV 내용은 참담했다.
A씨는 첫 두차례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에서 B군의 목을 조르거나 밀치는 등 폭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얼굴을 발로 차는 등의 심한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CCTV에는 수업 시간 중 겁을 먹은 B군이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 A씨가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러다 B군이 무언가 행동하려 하면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는 모습도 있었다.
C씨는 “CCTV를 보니 반쯤 누워 게임을 하다 아이가 소리를 내려 하면 때리려 하고, 발로 얼굴을 차고 목을 조르고 장난감으로 입을 때리는 행위들이 수도 없이 반복됐다”며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수업에 들어가기 싫다고 두 손으로 제 팔을 껴안고 저항했을 때 진작 알아봐 주지 못한 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센터 측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C씨는 “처음에 센터에 CCTV를 보여달라고 하니 원장 등이 직접적으로 때리는 모습이 없는 부분을 잘라 보여주며 ‘우리도 열 번을 돌려봤는데 폭행은 보지 못했다’고 둘러댔다”며 “그러나 나중에 경찰을 통해 CCTV를 확인하니 폭행이 수도 없이, 너무 명확하게 찍혀 있었다. 알고도 모른 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A씨는 해당 센터를 그만둔 상태다. 센터 측은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인터뷰를 원치 않는다”고 답해왔다.
한편 경찰은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고려해 수사 주체를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청으로 이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센터 CCTV 영상을 분석한 뒤 조만간 A씨를 소환해 구체적인 혐의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영상 증거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입건해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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