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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결과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미국 내 정치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회 문제 속에서도 낙태와 총기 문제가 선거에서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와 진보로 철저히 양분된 미국 정치 지형에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하지 않았던 젊은 층과 여성들이 이들 문제를 계기로 선거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리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도 낙태 이슈의 힘이 컸다. 중간선거에 앞서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기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자 여성과 젊은 층 유권자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했다.
이들의 선거 참여가 빛을 발한 곳은 주요 경합지였다. 당시 AP통신은 최대 경합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선거에서 18~29세 유권자들 가운데 58%가 존 페터먼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당은 이곳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네바다주에서 대역전극을 이루며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싱크탱크 루거센터의 폴 공 선임연구원은 “내년 대선에서도 지난 중간선거와 마찬가지로 낙태 문제가 경합지의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총기 문제 역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사안이다. 미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총기 규제에 반대해왔지만 공화당 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보다 강화된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내 20세 미만 사망 원인 1위를 총기 사고가 차지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하버드대 정치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젊은 보수주의자들의 상당수는 총기 구매자들에 대한 정신검사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 대선까지 아직 1년이 남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도 후보들의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후 아랍계 미국인들과 진보적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전통의 지지 기반이 이탈하는 가운데 백악관은 미국 내 무슬림을 달래기 위한 특단의 전략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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