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세네갈 제압
무명 선수 깜짝 선발
네덜란드 골키퍼 맹활약
토마스 뮐러, 킬리안 음바페 그리고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자 모두 월드컵이 배출한 스타 플레이어다. 물론 이 선수들 모두 클럽에서 한 가닥 하는 선수들이었다. 월드컵 무대를 통해 진가를 발휘했고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며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대되는 신성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월드컵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주드 벨링엄, 독일의 무시알라, 스페인의 페드리 등 젊지만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월드컵을 통해 기량을 만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처럼 젊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선수가 아닌 무명의 선수가 월드컵에서 스타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8년 만에 돌아온
네덜란드 첫 승
개최국 카타르가 속한 A조에는 네덜란드, 세네갈, 에콰도르가 포진되어 있다. 카타르가 1번 시드로 배정 받으며 2번 시드로 합류한 네덜란드가 사실상 A조 최강자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8년 만에 월드컵에 복귀한 네덜란드는 여전히 강했다. 네덜란드는 세네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오랜만에 돌아온 월드컵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에이스 마네가 빠진 세네갈도 만만치 않았다. 두 팀은 경기 내내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볼 점유율도 비슷했고 슈팅 숫자와 유효 슈팅도 세네갈이 네덜란드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골에 대한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경기 후반까지 팽팽하던 승부는 네덜란드 신성 코디 각포가 더 용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골로 연결했고 후반 추가시간에 클라센이 쐐기 골을 터트리며 2-0 승리를 챙겼다.
네덜란드 골키퍼
무명 선수 깜짝 선발
이날 네덜란드 스쿼드에서 다소 생소한 선수가 스타팅 라인업에 합류되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골키퍼 안드리스 노퍼르트(28)다. 네덜란드 판 할 감독은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명에 가까운 골키퍼를 주전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노퍼르트는 A매치 경험이 없었고 조별리그 첫 경기가 본인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의문과 의심에도 판 할 감독의 깜짝 선발 카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노퍼르트 골키퍼는 ‘화려한 선방 쇼’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1-0으로 앞선 후반 41분, 203cm의 큰 키를 활용해 동점 골을 노리던 세네갈 게예의 강력한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세네갈의 위협적인 유효 슈팅 4개를 모두 막아내며 데뷔전에서 클린시트를 작성했다.
경찰 될 수도 있었던
깜짝 스타 노퍼르트
판 할 감독의 깜짝 카드로 맹활약을 펼친 골키퍼 노퍼르트는 사실 2년 전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였다. 2013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 입단하며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2014년 이적 때까지 데뷔전도 치르지 못했다. 이후 이탈리아 2부리그 팀 등 타팀을 떠돌며 옮겨 다녔지만, 벤치 신세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네덜란드로 돌아온 그의 축구 인생은 2019년 도르드레흐트로 이적해서도 잘 풀리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은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안정적인 경찰관으로서의 삶을 살면 안 되겠느냐고 설득할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이듬해 6월에는 팀에서 방출돼 2021년 1월까지 약 6개월간 소속팀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했다.
9년간 32경기 출전
기다림 끝에 얻은 기회
힘든 시간에도 불구하고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노퍼르트는 당시 네덜란드 2부리그 소속이던 고어 헤드 이글스의 부름을 받았다. 팀이 골키퍼 포지션이 급하게 필요했던 이유였다. 그러다 팀이 1부리그로 승격하면서 어부지리로 1부리그 선수가 됐고 재도약을 시작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헤이렌베인으로 복귀에 성공했다.
친정팀에 복귀한 노퍼르트는 처음으로 주전 골키퍼로 리그 14경기를 모두 출전하면서 맹활약하며 본인의 기량도 만개하는 등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던 도중 판 할 감독의 눈에 띄면서 갑작스럽게 월드컵 최종명단에 깜짝 선발됐는데, 유소년, 청소년 대표 경험도 없던 무명 선수였기때문에 당연히 A매치 경험도 없었고 9년간 1부리그에서 경험도 32경기에 불과했다.
판 할의 신데렐라
깜짝 스타의 탄생?
A매치 데뷔전을 월드컵에서 치른 노퍼르트는 1차전 맹활약 후 “월드컵에서 뛰는 것이 어린 시절 꿈이었는데, 현실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노퍼르트는 이번 월드컵 출전 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크다. 큰 키에도 날렵한 순발력으로 1차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데 큰 공을 세운 것. 사실상 첼시에서 뛰고 있는 세네갈 골키퍼 멘디와의 승부에서도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이날 판 할 감독은 파격적인 선수 기용과 관련한 질문에 “위험 부담? 나는 19살의 골키퍼 판 데르 사르에게 선발 기회를 줬던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야말로 노퍼르트가 판할 감독의 제대로 눈도장을 받았다는 의미다. 약 10년간 무명의 선수 생활을 거치며 자칫 축구 선수 인생을 그만둘 수도 있었던 노퍼르트, 아직 28살로 골키퍼로서는 최고의 나이에 새로운 월드컵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