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창원, 박정현 기자] 마치 타이브레이커처럼 윌리엄 쿠에바스의 역투가 빛났다. kt 위즈는 4차전 NC 타선을 꽁꽁 묶으며 제 몫을 해냈다.
쿠에바스는 3일 창원 NC 다이노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5전 3승제) 4차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최종 성적은 6이닝 1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 팀이 10-0으로 앞서고 있어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이번 포스트시즌 첫번째 승리를 기록한다.
이날 쿠에바스의 등판은 kt의 승부수였다. 쿠에바스는 지난달 30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75구를 던진 뒤 3일 휴식하고 나선 상황. 그만큼 kt는 절박한 마음으로 4차전에 나섰다.
3차전(2일)이 끝난 뒤 승장 인터뷰에 나선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 등판하는 쿠에바스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고민하지 않았다. 1차전 끝나자마자 4차전을 준비하게 했다. 투구 수가 많지 않았다. 3경기 만에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쿠에바스를 준비했다. 그도 그날 바로 수긍했다”라며 등판 배경을 설명했다.
하루 뒤(3일) 4차전을 앞두고 진행한 브리핑에서는 “(쿠에바스가) 알아서 던질 거다. 내려오라고 해도 안 내려온다”라며 투구수에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던질 것으로 밝혔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18경기 12승 무패 114⅓이닝 평균자책점 2.60 100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4로 리그 승률왕에 올랐다. 동시에 팀을 대표하는 승리요정이자 에이스. 그러나 1차전은 그야말로 굴욕이었다.
쿠에바스는 NC 타선에 난타당해 3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일찍 떠났다. 올해 쿠에바스의 세 번째 3이닝 투구. 익숙하지 않은 쿠에바스의 조기 강판이었다.
4차전을 대비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쿠에바스. 팀은 1차전(5-9패)과 2차전(2-3패)을 내줬지만, 3차전(3-2승)을 승리해 쿠에바스가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만들어졌다. 이날 쿠에바스는 손아섭(지명타자)-박민우(2루수)-박건우(우익수)-제이슨 마틴(중견수)-권희동(좌익수)-오영수(지명타자)-서호철(3루수)-김형준(포수)-김주원(유격수)으로 구성된 NC 타선을 상대했다.
1회말 쿠에바스는 야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선두타자 손아섭의 땅볼 타구를 3루수 황재균이 포구하지 못해 1루를 허용했다. 주자가 나갔지만, 쿠에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박민우와 박건우를 각각 3루수,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마틴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2회말부터는 쿠에바스의 완벽한 투구가 이어졌다. 4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상대를 꽁꽁 틀어막았다. NC 타자들은 커터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쿠에바스의 다양한 구종에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며 돌아섰다. 1회말 손아섭을 야수 실책으로 내보낸 것을 제외하고 5회말까지 노히트노런으로 깔끔했다.
반환점을 돈 6회말, 쿠에바스는 투구수 단 57개에 불과했다. 여전히 강력함을 뽐낸 쿠에바스는 경기 첫 안타를 헌납했다. 박세혁을 스윙 삼진, 김주원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낸 2사 후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평정심을 유지했다. 후속타자 박민우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쿠에바스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kt는 7회말 구원 투수 손동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쿠에바스의 투구는 2년 전 삼성 라이온즈와 타이브레이커(7이닝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를 떠오르게 했다. 당시 그는 선발 등판해 7이닝 108구를 던진 뒤 이틀 만에 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환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이후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에서도 기세를 이어 1경기 7⅔이닝 1실점으로 ‘빅게임 피처’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플레이오프도 비슷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1차전 등판 뒤 3일 휴식하고 4차전 출전. 쿠에바스는 투혼을 펼치며 팀의 리드를 이끌고 있다. 물론 1차전 쿠에바스답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지만, 빠르게 명예회복에 성공해 빅게임 피처로서 면모를 또 한 번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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