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폐지 ETN 51개…작년 전체 26건의 배
지수 추종 상품 거래 ‘가뭄’…일 10건 거래되기도
위험자산 쏠림 현상 심화 중…상폐 더 늘어날수도
증권사들이 연이어 지수 추종 상장지수증권(ETN)을 자진 상장폐지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 및 일부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으로 쏠리면서 지수 추종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어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올 들어 상장 폐지를 완료했거나 이달 내 상장 폐지가 예정된 ETN은 51개로 집계됐다. 이미 작년 한 해 전체 상장폐지 건수 26건의 두 배 수준이다.
ETN은 기초지수 변동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으로서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증권이다. 다만 만기 이전에 상장 폐지할 경우 증권사들이 유입된 투자금을 투자자에게 조기에 돌려주기 때문에 지표 급락 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상장 폐지 ETN 중 36건(70%)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거래가 없는 등 증권사가 95% 이상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을 때 자진 상장 폐지가 가능하다.
다만 최근 자진상폐를 결정한 상품들의 대부분이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증시 지수들로 확인됐다. 지난달 23일 한국투자증권은 TRUE 코스닥150, TRUE 코스피200 등 2종을 자진 상장 폐지한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앞서 20일에도 하나증권이 하나 코스닥150 선물, 하나 인버스 코스닥150 선물 등 ETN 3개를 상장 폐지했다.
최근 지수 추종 상품들의 거래량 ‘가뭄’이 이어지면서 보수보다 유지 비용이 더 드는 일이 발생하면서 증권사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TRUE 코스닥150과 TRUE 코스피200의 일평균 거래량은 각각 약 14.4건, 9.7건에 불과했다.
아울러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나 레버리지 관련 ETN으로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지수 추종형 상품의 상장폐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 평균 거래 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505억4600만원)으로 상위 10개 종목이 메리츠 KIS CD금리투자 ETN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곱버스, 천연가스·원유 관련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10개 종목의 거래 대금은 1322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ETN 일 평균 거래 대금(1742억원)의 75.9%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ETN이 871억원, 상위 10개 종목이 456억원(52.3%)인 점을 고려하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비인기 상품이 청산되고 그 자리에 최신 투자 트렌드에 맞는 상품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일부 상품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시장 왜곡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TN은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하는 상품으로 발행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장 폐지를 부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다”면서도 “현재 ETN 시장이 위험자산에 집중된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굳어질 경우 시장의 전반적인 활력과 다양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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