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빈발하는 전세사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구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정부도 합동브리핑을 열어 ‘무기한 단속’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정부의 발표가 “속빈 강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빌라왕’에 1000억원 이상을 추징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중요한 건 피해자의 회복인데, (피해자가) 회복되고 있는 건이 없기 때문에 이걸 왜 지금 시점에서 발표하셨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국토교통부·경찰청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엄정한 단속을 기한 없이 지속하겠다”며 전세사기 ‘무기한 단속’ 방침을 밝혔다. 경찰이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간 검거한 전세사기 관련 사범은 1765건(5568명)에 달하며 몰수·추징 보전된 금액은 116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추징된 금액 1163억원 중 피해자들의 손에 돌아온 것은 얼마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징의 대부분이 인천 사건일 텐데, 인천 사건 같은 경우 그렇게 드러난 것들은 다 근저당으로 빠져나갈 돈”이라며 “실질적으로 피해자들한테 돌아온 돈이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려면 ‘은닉자금’ 추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거기에 가담한 52명의 피의자들 모두 재산을 추적해야 되는데 지금 추적하고 있는 사람들은 범죄단체로 기소돼 있는 18명 정도”라며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피해자한테 회복될 수 있는 지원금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에 대해서는 92억원 추징보전 절차가 완료됐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수박 겉핥기”라며 “은행만 지금 배불려주는 식이다. 다른 명의로 해놨다거나 다른 지인한테 넘겨놨다거나 이런 것들(자금)을 수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서 “검찰과 경찰은 전세 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이후 정부는 연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전세 사기는 꾸준히 발발하고 있다.
최근 대전·수원 등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졌고, 이날도 전남 목포에서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전세주택 임대 제도를 악용해 전세 사기를 벌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문제는 ‘제도적인 실패’라는 게 안 위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그간의 제도적인 실패로 인해서 이런 사기가 일어난 것”이라며 “지금 단속을 하는 시점은 이미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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