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을 함께 했으니까, 비록 각오는 했지만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뒤, 우리는 그 아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번주 일본에는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상심에 빠져있던 할머니가, 80대의 나이로 런웨이에 올라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는데요. 오늘은 히로시마 시니어 패션쇼에 데뷔한 84세 에토 미치코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NHK는 지난 1일 히가시히로시마시에서 열린 패션쇼를 보도했습니다. 런웨이 모델은 모두 65세 이상 시니어들로 구성됐죠. 노년층에게 삶의 보람을 주기 위한 무대로, 참가자들은 “간만에 느끼는 설렘”, “젊어진 기분이다” 등의 호평을 남겼는데요.
이곳의 엔딩을 장식한 주인공이 미치코씨였습니다.
미치코씨는 원래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배우자는 가장 소중한 대화상대였는데요. 60년을 같이 살아 온 배우자는 2년 반 전에 먼저 하늘로 떠났고, 미치코씨는 혼자 TV를 보고 일기를 쓰며 집에 틀어박혀있었다고 합니다. 혼자 인형에게 말을 걸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이를 가장 걱정하던 사람은 할머니의 손녀였는데요. 할머니가 예전에는 말도 잘 하시고 생기발랄하셨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히가시히로시마시가 주최하는 패션쇼를 보고, 할머니에게 참가를 제안했는데요.
처음에 할머니는 거절했지만, 손녀는 포기하지 않고 쇼를 위해 진행되는 워킹 레슨에 데리고 나갔다고 합니다.
눈은 어느 높이에 둬야하는지, 어디까지 걷고 멋지게 돌아서야 하는지, 표정은 어떻게 하는지……손녀딸의 가르침으로 할머니도 마음을 열고 연습을 시작하게 됩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참가자인 다른 노인분들과 수다를 떨게 되면서 다시 긍정적인 성격도 되찾았다는데요.
런웨이 의상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원래 입으려 했던 기모노 대신 드레스를 꺼내들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결혼할 때엔 드레스 입는 사람이 드물었죠. 입어보고 싶어서 줄곧 동경해왔죠.” 자기 주장을 좀처럼 내세우지 않던 미치코씨가 처음으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쇼의 마지막 런웨이에 올랐는데요.
200명의 관객이 주목하는 무대, 신부차림과 같은 흰 드레스를 입고 8m 런웨이를 당당히 걸었습니다.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는데요.
그는 “그때 결혼식에 드레스가 있었다면 흰 드레스를 입었을 겁니다. 남편도 보고 있겠죠.”라며 멋지게 모델 워킹을 소화해냈습니다.
미치코씨는 앞으로도 패션쇼에 다른 의상을 입으며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특히 “앞으로도 인생의 런웨이를 계속 걷겠다”는 인터뷰를 남겨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습니다.
먼저 떠난 배우자를 향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84세에 이뤄낸 도전은 모두를 감동시키기 충분했는데요.
슬픔을 깨고 한 발짝 걸어나온 미치코씨의 런웨이를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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