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디에이고가 시즌 중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는 소식은 3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물론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빚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쌓아둔 현금이 있어도 대출을 받아 자금을 회전하는 방식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쓰인다. 그런데 하필 그 팀이 샌디에이고다.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아주 내에서도 가장 큰 마켓이 아니다. 로스앤젤레스(LA)나 샌프란시스코 광역권에 비하면 시장 규모가 작다. 그런데 그 샌디에이고가 연봉 총액 2억 달러를 훌쩍 넘어 사치세 가시권까지 가자 메이저리그의 많은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연 저 돈이 어디서 나올까”, “지속 가능한 규모일까”라는 물음이었다.
그런데 시즌 중 샌디에이고가 5000만 달러(약 657억 원) 수준의 대출을 받아 운영비로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올해 스타 마케팅으로 관중 동원에서 대박을 치고도 돈이 모자랐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계권 계약을 맺은 다이아몬드 그룹이 파산하며 주요한 돈줄 하나가 막힌 샌디에이고가 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샌디에이고는 화끈하게 지르는 과정에서 이미 장기 계약을 한 선수들이 많다.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다르빗슈 유, 잰더 보가츠, 조 머스그로브와 같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트레이드 거부권도 가지고 있다. 내보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기 전의 선수, 또한 아직 젊어 시장에서의 가치가 있는 선수들이 일부 트레이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후안 소토다.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소토는 2024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다. 올해 2300만 달러(약 302억 원)의 연봉을 받았고, 연봉조정 마지막 해인 내년에는 오타니 쇼헤이가 올해 세운 연봉조정 최고액(3000만 달러)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장기 계약을 위해서는 못해도 4억 달러 후반, 심지어 5억 달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샌디에이고가 소토를 품을 여력이 없다면 이번 겨울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 게 이득이다.
반대로 팀 내 최고 스타 중 하나인 소토를 지키려면 닉 마르티네스 등 옵션이 있는 몇몇 투수들을 대거 포기하고, 다른 야수들을 트레이드해 페이롤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샌디에이고 담당기자 AJ 카사벨은 이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트렌트 그리샴, 김하성,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해당 선수다. 그리샴과 김하성은 FA를 취득하기 전이다. 크로넨워스는 올해 내년부터 실행되는 7년 8000만 달러(약 1051억 원) 계약이 있으나 평균 금액이 그렇게 높지 않고 아직 젊은 선수라 시장에서의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카사벨은 ‘김하성은 자신의 경력에서 최고의 해를 보냈고, 소토와 마찬가지로 다음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다. 그가 이적할 가능성은 낮지만,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고 여지를 열었다. 팀 내에서 김하성의 비중이 큰 만큼 쉽게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김하성을 붙잡는 데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좋은 오퍼가 있다면 트레이드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한편으로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유격수 잭슨 메릴의 자리도 열어줘야 한다.
카사벨은 ‘김하성과 크로넨워스 중 한 명을 이적시키면서 팀은 중앙 내야의 과잉 상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하성은 2루수‧3루수‧유격수를 모두 소화한다. 크로넨워스는 원래 주 포지션이 2루였고, 올해는 1루를 봤으며 비상시에는 유격수로도 뛸 수 있다. 주전 유격수인 잰더 보가츠에 메릴까지 생각하면 중앙 내야수가 많기는 하다. 카사벨은 ‘두 선수 모두 견고한 공격력과 우수한 수비력,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 인기가 있는 선수’라면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지난해 윈터미팅 이후 “김하성과 그리샴에 대한 트레이드 문의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김하성을 지킨 선택은 최고의 효과로 돌아왔지만, 김하성 트레이드 문의가 올해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하성도 샌디에이고를 떠나는 건 아쉬울 수 있어도, FA를 1년 앞두고 유격수로 뛸 수 있는 팀을 찾는다면 오히려 자신의 가치 형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샌디에이고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는 12월 중순까지 계속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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