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심혜진 기자] KT 위즈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33)가 설욕과 동시에 팀을 구했다. 1차전 선발 등판 후 단 3일을 쉬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믿기지 못할 정도의 역투를 펼쳤다. 그런데 6이닝도 모자라 7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려고 했던 쿠에바스다. 책임감이 엄청나다.
쿠에바스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4차전(5전3선승제)에서 KT의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1피안타밖에 허용하지 않고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쿠에바스는 시리즈 두 번째 등판이었다. 1차전 당시 3이닝 7실점(4자책)으로 무너진 바 있다.
이날은 달랐다. 1회 말 첫 타자 손아섭을 내야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황재균이 이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실책을 저질렀다.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쿠에바스는 본인이 잘 끝냈다. 박민우를 4구 만에 3루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다음 박건우와도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유격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이어 제이슨 마틴마저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넘겼다.
타선이 1회와 2회 2점씩, 4점을 내주며 어깨를 든든하게 해줬다. 쿠에바스도 여유를 찾았다. 그래도 집중력은 여전했다. 선두타자 권희동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후 오영수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그리고 서호철을 3구 삼진으로 솎아냈다.
3회와 4회에는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쿠에바스는 3회 첫 타자 김형준을 2구 만에 잡아냈고, 김주원은 공 3개로 1루수 땅볼 처리했다. 리드오프 손아섭마저 공 4개로 내야 땅볼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4회에는 단 공 9개만을 던졌다. 중심타선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쿠에바스의 위력은 계속됐다. 5회 선두타자 권희동을 3루 땅볼로 잡아낸 뒤 오영수와도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서호철은 공 1개로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쿠에바스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박세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쿠에바스는 김주원을 1루수 땅볼로 아웃시켰다. 여기서 쿠에바스의 노히트가 깨졌다. 17타자 연속 범타 처리 중이었던 쿠에바스는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노히트가 깨지면서 흔들릴 수 있었지만 냉정을 찾은 쿠에바스는 박민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6회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6회까지 쿠에바스의 투구수는 73개. 여기서 KT 벤치는 쿠에바스를 내리고 손동현을 올렸다. 이날 쿠에바스의 최종 성적은 6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탈삼진 무실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완성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을 기록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좋은 볼을 던질 거라 생각했는데 에이스답게 잘 던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1차전에는 너무 힘이 들어가 슬라이더가 밀려 들어갔다”면서 “(오늘은) 가볍게 던지면서 슬라이더 각이 훨씬 커지며 타자들을 스윙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사실 쿠에바스는 불과 3일 전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선발투수로 나섰다. 지난 6월 대체 외인으로 KT에 합류한 그는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114⅓이닝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100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4를 기록했다. 14번의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적으로 쿠에바스는 1992년 오봉옥, 2002년 김현욱(이상 삼성)에 이어 KBO 역대 3번째로 승률 100%의 성적을 내며 KBO 승률왕에 올랐다. 당연히 쿠에바스가 1차전에 선발 출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경기가 열리고 나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쿠에바스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 것이다. 당시 NC 타선의 기세가 대단했기도 했지만 좀처럼 쿠에바스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수비 실책까지 겹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결국 3이닝 동안 75구를 던지면서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3차전 승리로 마친 뒤 이강철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1차전이 끝난 뒤 갯수가 적당해서 4차전을 준비하라고 말을 해놨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의 지시에 쿠에바스는 3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고,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이며 팀을 벼랑 끝에서 살려냈다.
짧은 간격 등판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에바스는 2년 전 사상 초유의 1위 타이브레이커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삼성과 1위 결정전이 펼쳐졌다. 이때 쿠에바스는 이틀 전 7이닝 108구를 던진 뒤 마운드에 올랐다. 당연히 오래 던지기 힘들 것으로 봤는데 7이닝 99구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무시무시한 역투를 펼쳤다. 그의 호투는 팀의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러한 활약에 쿠에바스+최동원을 합쳐 쿠동원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사흘 휴식 후 등판이었지만 쿠에바스에게는 아직 힘이 남아있었다. 내심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만류했다.
이강철 감독은 ”본인(쿠에바스)은 (7회 등판)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적당한 투구수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된다면 쿠에바스가 오는 5일 5차전에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쿠에바스는 “6회 끝나고 (이강철 감독이) ‘더 던질 수 있겠냐’고 의사 물어서 더 던지겠다고 했는데, 베테랑들이 ‘점수 차도 크고 무리할 필요 있겠냐’고 해서 이 말을 감독님께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잠자기 전에 신에게 ‘경기 잘 도와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떤 뒤 “다음에는 더 많은 휴식을 가지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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