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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하마스의 숨은 요새, ‘가자 메트로’ 땅굴…장기전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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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군과 가자지구 내 땅굴에서 첫 교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땅굴을 일컬어 ‘가자 메트로(Gaza Metro)’라 부를 정도로 땅굴이 길고 복잡한 탓에 이스라엘군의 작전기간이 무기한 길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인데요.

가자지구 전체에 걸쳐 무려 400km가 넘는 구간에 땅굴을 연결한 하마스는 이곳에 각종 함정을 설치하고 상당량의 군사물자도 이 땅굴 안에 배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스라엘군 안팎에서도 복잡한 시가전을 마무리지어도 결국 이 땅굴을 모두 공략하지 못하면 하마스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매우 긴 전쟁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이 땅굴은 고대로부터 수비와 공격, 양측에서 모두 활발히 사용돼 왔다고 합니다. 아예 ‘터널전(Tunnel Warfare)’이란 군사용어까지 있을 정도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하마스의 기나긴 땅굴 네트워크의 규모 및 위력과 함께 인류 전쟁사에서 장기간 이어져온 터널전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이스라엘군, ‘가자 메트로 ‘ 안쪽 동굴서 첫 교전…장기전 우려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육군 공병대는 하마스의 땅굴을 파괴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스라엘군 공병대는 다양한 종류의 로봇과 폭발물을 사용해 하마스가 설치한 함정을 파괴하고 하마스의 지하요새들을 장악하며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약 100개의 땅굴을 공략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중심도시인 가자시티에 진입해 시가전에 돌입함과 동시에 지하땅굴에 숨어있던 하마스군과 교전이 시작되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파놓은 땅굴은 깊이 30m 이상에 총연장 483km에 달해 서울시 지하철 노선보다도 더 규모가 크고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하는데요. 하마스는 2005년부터 이 땅굴 네트워크를 만들어왔고, 미국 등 서방에서는 아예 ‘가자 메트로’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안팎에서도 이 가자 메트로 공략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죠. 야이르 골란 전 이스라엘군 참모차장은 이스라엘의 육군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숨어서 대기하는 땅굴에 들어가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며 “입구를 찾아서 봉쇄하거나 적이 나오도록 연기를 주입하는 작전이 더 현명하다”며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가뜩이나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시티에서의 시가전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땅굴까지 하나하나 격파하며 진격해야할 상황에 놓인 이스라엘군은 작전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주로 공성전에 다양하게 쓰였던 땅굴…기나긴 ‘터널전’ 역사

하마스가 요새로 사용하고 있는 땅굴은 고대부터 공격과 수비, 양측 모두에서 많이 활용해왔습니다. 주로 석조, 목조 요새로 이뤄진 성을 공략하는 공성전에서 자주 땅굴이 활용됐는데요. 이처럼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땅굴을 서로 경쟁적으로 설치해 공방을 벌이던 전투를 터널전이라고 불렀습니다.

공격 측에서는 성벽 주위에 땅굴을 파서 성에 주둔한 병사들이 쏘는 화살을 막는 요새로 쓰거나 아예 성벽 바로 밑에 땅굴을 파 성벽이 무너뜨리는 공세 전략을 많이 썼다고 하죠. 이로인해 적군이 땅굴을 파기 시작하면 성에 주둔 중인 방어측도 역으로 땅굴을 파서 적군의 땅굴을 발견해 무너뜨리는 전술을 쓰게 됐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폴리비우스(Polibius)가 기원전 2세기 로마와 그리스의 역사기록을 모아 편찬했던 ‘역사(Historiai)’에 따르면 로마와 그리스 셀레우코스 왕조간 벌어졌던 암브라키아(Ambracia) 공성전에서 성을 포위한 로마군이 주변에 땅굴을 만들어 성벽 위 적군의 공격을 막았다고 합니다. 공병부대가 잘 갖춰져있던 로마군은 방어용 진지를 구축할 때도 땅굴을 자주 이용하며 공·수 모든 전략에서 땅굴을 많이 사용했다고 알려져있죠.

중세시대 이후 화약무기가 발전하면서 성벽 밑에 땅굴을 판 뒤, 폭약을 폭파시켜 성벽을 무너뜨리는 전략이 많이 활용됐습니다. 1453년 오스만 터키제국과 동로마제국이 벌인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서도 양측이 치열한 터널전을 벌였고, 오스만 터키의 땅굴을 무너뜨린 동로마제국이 터널전에서는 이겼다는 기록이 나와있죠.

땅굴을 이용해 성을 공격한 사례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데요. 1812년 5월29일,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정주성을 토벌하기 위해 관군이 정주성 아래로 땅굴을 파내려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관군은 성벽 밑까지 땅굴을 파고 내려가 그 밑에 대량의 화약을 묻고 폭파시켜 정주성의 성벽을 내려앉게 만든 뒤, 성안을 공격해 반란을 진압했다고 나와있죠.

포격기술이 크게 발전한 19세기 이후부터는 성벽보다는 참호와 땅굴로 지은 방어용 요새가 많아지게 됐는데요.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의 패색이 짙어지던 1940년대에는 우리나라 곳곳에도 일제에 의해 많은 땅굴이 지어졌습니다. 이중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의 ‘궁산땅굴’인데요. 당시 일제가 가양동과 가까운 김포비행장의 수비와 탄약 보관을 위해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지은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역사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죠.

◆역사(History)2 : 미군을 괴롭힌 베트남 ‘구찌 땅굴’과 아프간 ‘탈레반 땅굴’

방어용으로 만든 땅굴은 현대전쟁에서도 계속 활용되고 있는데요. 최신예 폭격기, 탄도미사일, 무인기(드론)로 아무리 폭격을 가해도 땅굴을 완전히 없앨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약소국들 입장에서는 장기 항전을 위한 요새로 지어졌습니다.

1970년대 미국의 충격적인 패배로 결말이 났던 베트남전에서도 미군을 가장 지치게 만든 것이 땅굴로 알려져있는데요. 오늘날에는 베트남 호치민시의 관광명소가 된 ‘구찌땅굴(Cu-Chi tunnel)’은 당시 북베트남군의 기나긴 땅굴 요새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 이 땅굴은 1946년 프랑스 식민지 치하에 놓여있던 베트남의 독립전쟁 당시부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베트남 전역에 걸쳐 무려 250km 구간에 만들어졌는데, 비좁은 통로로 인해 키가 큰 미군들은 드나들 수조차 없는 매우 좁은 땅굴이었죠. 곳곳에 함정이 설치돼있어 미군들은 이를 제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미군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땅굴 저항에 큰 어려움을 겪는데요. 해발 4000m 이상 산맥이 둘러싼 아프가니스탄 동부 토라보라 지역에 땅속 350m까지 파고들어간 일명 ‘탈레반 땅굴’은 미군의 폭격기는 물론 지하구조물 폭파 무기인 벙커버스터(Bunker buster)까지 무력화시켜 악명을 떨쳤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가자 메트로 제작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기술

이처럼 여러 전쟁에서 쓰여온 땅굴은 사실 우리나라와도 무관치 않은데요.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휴전선 일대에서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은 제1땅굴부터 제4땅굴까지 4개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땅굴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일각에서는 북한의 땅굴 파기 기술이 하마스의 가자 메트로 건설에도 전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17일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 연구·교육 센터의 새리트 제하비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직접 땅굴 기술을 얻었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북한이 헤즈볼라에 기술을 전달했고, 헤즈볼라에 전수된 기술이 하마스 손에 들어간 것은 맞아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인해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땅굴에서 앞으로 벌일 장기간의 소탕전의 경과는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에서도 계속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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