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임윤지 기자 = # 직장인 A씨는 지난 7월 중순 ‘수익형 블로그 운영법’을 알려준다는 온라인 부업 세미나에에서 전청조씨(27)를 만났다. 안타깝게도 A씨는 전씨의 말을 믿었고 9000여만원을 뜯겼다. 이달 말 퇴사할 예정인 A씨는 당장 빚을 갚을게 걱정이다.

# “6만원, 7만원 가도 문제 없는 회사다. 구독자 55만명의 유튜버 김모씨(54)는 시청자들에게 3만원대 초반이던 B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그러나 B주식은 김씨가 미리 매수해 둔 종목이었다. 김씨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6월까지 5개 종목의 매매를 추천하며 선행매매해 약 5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42)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씨의 사기 행각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전국이 들끊고 있다. 전씨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씨가 저지른 것과 유사한 사기 사건은 이 순간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식·코인리딩방, 유튜버 등을 통해 투자 사기를 입었다는 소식들이 연이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사람들은 전청조와 리딩방·유튜버 등에 속았단 피해 사례를 들으면 “왜 저런 터무니없는 말에 속지?”, “저런 말에 속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심리전문가들은 막상 한 번 사기꾼을 ‘신뢰’하기 시작하면 피해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기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 간 신뢰를 형성한 후 상대 기망해서 이득 취한다”고 설명했다.

신뢰를 얻은 후 사기꾼들은 심리학적으로 ‘후광효과'(할로우효과)와 ‘휴리스틱’ 현상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사기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더 사기꾼을 신뢰하고 더 피해가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후광효과는 ‘한 대상의 두드러진 특성이 그 대상의 다른 세부 특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전청조씨의 ‘재벌’ 행세가 대표적인 후광효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난 전 씨의 사기 행각을 보면 피해자들은 전 씨를 재벌 후계자로 믿고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실제 전씨에게 피해를 입었던 A씨도 뉴스1에 “‘재벌 3세’ ‘미국 유명 IT회사 대주주’로 소개하니 속으로 ‘대단한 사람이구나'”고 신뢰하기 시작하면서 사기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A씨는 주변 사람까지 끌어들이려고 했다.

휴리스틱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을 뜻한다.

주식이나 코인시장이 광풍처럼 몰아닥칠때 휴리스틱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변에서 특정 주식이나 코인이 좋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 않고 우선 구매부터 하는 모습이 대표적이고, 실제 지금도 코인·주식 리딩방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천년부터 이어온 ‘사기’라는 범죄를 완벽하게 근절하긴 어렵더라도 최근 늘고 있는 사기 범죄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기관에 사기 전문 수사관 혹은 사기 담당하는 전문 부서 등이 부재하다”면서 “범죄자들은 수사·사법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률 전문가들은 사기범죄의 형량과 처벌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의 사기범죄 형량 낮다”며 “사기범은 사기를 직업으로 선택해서 이익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고, 징역형보다 벌금형으로만 끝나 재범 확률이 높다”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도 “IDS홀딩스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김성훈 대표가 1조 사기를 쳤는데 대법원에서 15년 선고 확정을 받았다”면서 “사기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사기가 발각됐을 때 받을 처벌이나 손해가 더 크다는 인식이 있어야 사기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FX마진거래 등에 투자하면 월 1~10%의 배당금과 1년 내에 원금도 돌려주겠다며 1만207명에게 1조96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9월 검찰에 기소됐다. 이 사건은 피해 규모가 조 단위고 유사수신이라는 공통점 등으로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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