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국내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5일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2023년 10월 금융·경제 이슈분석 내 ‘이스라엘 하마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향후 전개 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사태 발생 이후 국제유가 상방 압력이 커졌고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전쟁 국면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추세는 원유 수입국이자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 구매력 감소와 생산비용 증대로 인한 성장률 하락과 물가상승률 확대 등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지난 9월 말 배럴당 94달러를 웃돌던 브렌트유는 10월 초 80달러 중반대로 하락했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이란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92달러까지 치솟는 등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또한 미국 국채 금리는 유가 상승 속 미국 긴축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반등해 사태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한은은 이밖에도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 심화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확대와 미 달러화 강세가 성장의 추가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은은 해당 사태와 관련해 총 3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비교적 조기에 수습될 경우(Mild 시나리오)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번 전쟁 양상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Adverse 시나리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금융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봤다. 또한 이란 참전 등 중동 전쟁으로 확전 시(Severe 시나리오)에는 중동산 원유공급 차질과 글로벌 시장 충격이 더 커져 국내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한은 수장인 이창용 총재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커진 점에 대해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지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와 중동 사태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앞으로 한 달 정도 중동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보고 내년 전망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지난 1일 열린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공동세미나’에서 열린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도 “한은이 내년 경제를 예측할 때 유가 84달러를 (가정치로) 했기 때문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가 90달러 이상으로만 변해도 저희 예측을 많이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은에게)좋은 소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은은 “전쟁 확전 시 내년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 전개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외 경제에 대한 영향을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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