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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금융업이 성립하는 이유이자 본질이다.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한 급선무는 탄탄한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밝혔던 그룹의 방향성 중 하나다.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사고 이후 우리금융의 수장이 된 임 회장이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가장 먼저 언급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임 회장의 발언이 무색하게 우리은행에서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 한 차례 횡령사고를 적발한 이후 대대적으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또 다시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임 회장이 추진해온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 회장이 기획재정부 제1차관,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외부 관료 출신이어서 우리은행 내부의 허점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부 출신이 아닌 만큼 실무자들이 업무를 담당하며 알게 되는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우리금융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을 진행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임 회장은 ‘99.9%가 아닌 100% 완벽한 내부통제 달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내부통제 강화방안은 지난 7월 우리은행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한 이후 발표됐다. 당시 전북 소재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외환 금고에 있던 시재금 7만 달러(9000만원)를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이후 전재화 우리금융 준법감시인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임직원 인식 제고와 역량 강화, 내부통제 체계 개편 등의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지점장급 내부통제 전담인력 33명을 영업본부에 신규 배치하고, 내부통제 업무 경력 의무화, 내부자 신고 외부 접수채널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에는 임 회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CEO 16명이 참여하는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도 진행했다. 올바른 윤리강령과 행동기준을 반드시 실천해 ‘내부통제 실효성을 강화하고 이를 조직문화로 삼을 것’을 대내외에 약속하는 자리였다.
임 회장이 대외적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횡령사고가 잇따르면서 임직원들의 인식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적발된 우리은행 횡령 사고는 서울 금천구청지점 직원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고객의 공과금 5200만원을 횡령한 건이다. 임 회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꾸준히 주문해왔던 시기에 고객 돈을 빼돌리고 있었던 셈이다. 그간 추진한 내부통제 강화, 임직원 윤리의식 제고 등의 노력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고 직원에 대한 일벌백계, 공과금 업무 직원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룡 회장이 같은 시기에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의 수익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더라도 고객만족을 위한 고객중심 경영과 함께 사회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자기검증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왔다. 이에 경쟁사보다 신한금융 내에서 불거진 금융사고가 상대적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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