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투어 ‘아임 히어로’ 서울 공연…진솔한 목소리로 삶과 우주 그려내
트로트·재즈서 댄스까지 소화…”이제는 내가 댄스 가수인지” 너스레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저는 여러분 덕에 승승장구도 했습니다. 그러니 그저 여러분이 주신 사랑을 수십 배, 아니 수백 배로 돌려드리려 할 뿐이에요.”
가수 임영웅은 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연 전국투어 ‘아임 히어로'(IM HERO) 서울 마지막 콘서트에서 “(이번 콘서트가) ‘전광판 맛집’ 콘서트로 소문이 났는데, 저는 여러분이 주신 사랑을 돌려드렸을 뿐”이라며 “이번에 360도 무대로 힘 좀 써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공연 시작부터 최신 댄스곡 ‘두 오어 다이'(Do or Die)로 한바탕 흥을 돋우고서는 “이제는 제가 가수인지 댄스 가수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살면서 이리 춤을 열심히 춰 본 것은 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영웅은 ‘K팝의 성지’로 꼽히는 KSPO돔에서 6일이나 여는 단독 콘서트 티켓을 순식간에 매진시켜 화제를 모았다.
그는 특히 일(ㅡ)자형 무대가 들어서는 여느 콘서트와 달리 공연장 정중앙에 ‘ㅅ’자형 무대를 배치하고 장내 360도 어느 곳에서나 무대를 조망할 수 있게 해 팬들을 배려했다.
또 공연장 천장에는 고화질 전광판을 여러 개 배치해 어느 한 좌석도 소외되지 않고 또렷한 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임영웅은 이날 공연의 콘셉트를 ‘우주’로 삼고 약 3시간에 걸쳐 ‘영웅시대'(임영웅 팬)와 함께 삶과 우주를 신비롭게 그려냈다.
콘서트는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 조형물이 천장에서 내려오고, 임영웅이 그 안에서 등장하면서 막이 올랐다.
그는 “이 (‘ㅅ’자형) 무대는 내가 타고 온 우주선으로, 잠시 땅에 주차한 것”이라며 “오늘 목을 다 쓰려고 작정하고 왔다. 여러분이 듣고 싶은 곡을 최대한 다 해드리고 모든 것을 불사르고 가겠다”고 말했다.
장내를 가득 메운 관객이 손에 하나씩 든 응원봉은 임영웅을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반짝반짝 빛났고, 공연장은 아름다운 은하수가 됐다.
모녀가 함께 온 관객,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손자·손녀까지 3대가 찾은 가족, 사돈 사이의 팬 등 다양한 이들이 공연장을 채웠다.
임영웅은 K팝 아이돌 가수처럼 헤드 마이크를 차고 ‘두 오어 다이’, ‘아비앙또'(A bientot), ‘무지개’, ‘히어로'(Hero) 등을 잇따라 춤과 함께 선보였다.
‘미스터 트롯’ 이후 트로트를 넘어 다양한 장르로 자신의 음악적 경계를 넓혀온 임영웅은 이번 공연에서 이런 노력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그는 댄스곡과 트로트 말고도 ‘나와 같다면’·’사랑해도 될까요’ 등 발라드, ‘런던 보이'(London Boy) 같은 경쾌한 록 느낌 노래, 재즈 캐럴 ‘렛 잇 스노우'(Let It Snow)까지 다채로운 상 차림을 내놨다.
임영웅은 특유의 꼿꼿한 자세로 한 음 한 음 정성스레 내며 깊고 그윽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대형 공연장임에도 마치 그가 바로 앞에서 불러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음향도 선명했다.
그는 ‘모래 알갱이’나 ‘나와 같다면’ 같은 노래에서는 절묘한 완급 조절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후벼팠다. 뮤지컬 넘버 ‘데스노트’로는 폭발적인 성량도 내보이며 관객을 압도시켰다.
임영웅은 360도 무대의 장점을 살려 이곳저곳을 누비며 관객과 눈을 맞추려 애썼고, 중간중간 손 인사도 잊지 않았다. ‘손이 참 곱던 그대’를 부를 때는 공연장 객석 사이를 한 바퀴 돌며 팬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로 팬 서비스를 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전 마지막 무대였던 ‘아버지’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였다. 임영웅이 덤덤한 목소리로 가사를 읊어나가면서 관객들은 저마다 삶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듯 넋을 잃고 정면을 응시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이 열린 KSPO돔 인근은 일찌감치 그를 보러 온 팬들로 북적였다.
임영웅은 페이스 페인팅, 투어 기념 스탬프 찍기, 등신대, 포토존 등으로 기다리는 팬들을 지루하지 않게 했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부모를 기다리는 자녀 등을 위해 ‘히어로 스테이션'(Hero Station)이라는 넓은 대기 공간도 조성했다.
인천에서 공연장을 찾은 양모(61)씨는 ‘내가 60년 넘게 살면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가수가 임영웅”이라며 “팬을 과할 정도로 끔찍이 생각하는 모습이 너무나 특별하다. 오늘 공연을 보기 위해 자식들과 지인 등 9명을 동원해 티켓팅에 도전해 겨우 성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임영웅은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우리 영웅시대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연을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무대에서 길을 잃어도, 심지어 춤을 틀려도 사랑해 주세요. 이 사랑을 다 갚으려면 오래 걸릴 테니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삽시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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