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재택근무를 공식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빠르게 확산한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들 중에서도 3곳 중 2곳이 재택근무 활용 전망에 대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팬데믹으로 장려됐던 재택근무를 공식 폐기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최종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위기가 감소하며 재택근무 비중을 점차 줄였고, 현재는 업무 특성에 따라 조직별로 재량껏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현대차가 재택근무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은 재택근무가 기업 생산성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택근무는 대면근무 업무 효율성의 70%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최근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렵고 매출액이 정체되니 직원들이 출근해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길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다만 재택근무 중단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장 선거가 이달 20일 시작되기 때문이다. 열흘간의 선거운동을 거친 뒤 노조는 이달 30일과 다음 달 5일 1, 2차 투표를 통해 지부장을 최종 선출한다. 사측에서는 재택근무 폐지를 발표할 경우 이에 반발한 표심이 ‘강성 노조’로 쏠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의 재택근무 시행 비중은 이미 꾸준히 줄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매출액 기준 50대 기업의 58.1%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던 2021년, 2022년에 이 비중은 각각 91.5%, 72.7%였다. 매년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재택근무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4.5%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전보다 제한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은 25.8%였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확대될 것으로 본 응답자는 9.7%에 그쳤다. 경총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대부분 해소되면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앞으로 재택근무 확산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를 줄이는 과정에서 기업과 근로자 간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총에 따르면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축소·중단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절반이 반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가 거의 없었다는 응답이 50.0%였지만 일정 부분 반대(36.7%)와 강한 반대(10.0%)가 총 46.7%에 달했다. 5년 차 대기업 직원 A 씨는 “보고서를 기획하는 업무를 할 때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재택근무가 훨씬 성과가 좋았다”며 “담당 업무에 따라서는 재택근무가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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