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충당금 7582억 적립
대출 연체율 최대 두 배 이상↑
선제적 충당금 적립 기조 지속
국내 5대 지방은행이 부실 대비를 위해 올해 들어서만 8000억원에 육박하는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 속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여력이 악화하고 있어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충당금 적립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충당금 전입액은 75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78.7%(3340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회수 불확실한 대출자산에 대해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산정한 대손 추산액을 차등 적립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JB금융그룹 계열 광주은행이 1297억원으로 143.8%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대구은행(2571억원·98.5%) ▲전북은행(1140억원·78.4%) ▲부산은행(1542억원·73.3%) ▲경남은행(1032억원·16.5%)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한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경기가 얼어붙고 금융비용이 치솟으면서 기존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은행들의 연체율 지표로도 확인된다. 5개 지방은행의 올 3분기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0.67%로 1년 전(0.35%)보다 0.32%포인트(p)나 상승했다. 전북은행이 1.34%로 두 배 이상 뛰었고, 광주은행도 0.69%로 0.4%p 올랐다. 대구은행은 0.54%로 부산은행은 0.44%로 각각 0.28%p, 0.22%p씩 상승했다. 경남은행만 0.32%로 0.1%p 하락했다.
특히 지방은행들이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높아진 대출금리와 공사 원가 등에 부동산·건설업체들의 사업성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은행들이 관련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연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도 고금리 환경이 길어지면서 대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지난 2월부터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3.50%의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규모 충당금 적립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까지 충당금 적립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체율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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