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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맨 가계]”빚 갚느라 쓸 돈이 없어요” 눈덩이 부채에 고금리까지…소비 줄이는 영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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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수원의 한 아파트를 매입한 A씨. 직장생활 6년 차인 A씨는 지난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을 했다. 시세 6억5000만원이었던 아파트 매입을 위해서 3억원을 대출했다. 시세차익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시간이 흐를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한달 월급은 350만원 정도. 3%대로 대출을 받았던 그는 월급의 3분의 1수준인 약 120만원 정도의 원리금은 매달 갚아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큰 무리는 없었다. 예·적금 대신 자산 값을 치를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A씨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A씨는 국제 유가 추이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상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금리 인하 시기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3%대였던 대출금리가 6%대로 오르면서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매달 170만원 정도로 올랐다. 그는 “이대로는 어떻게 버틴다고 해도, 금리가 더 오르면 소액으로 붓고 있던 적금을 깨야 할까 봐 무섭다”고 했다. 그는 50만원 정도 늘어난 원리금을 갚기 위해 소비 줄이기에 나섰다. 정기구독 콘텐츠를 줄였고 스트레스성 소비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배달 음식을 줄인 것은 물론 친구와의 만남을 자제하고 옷과 가방 등 구매까지 멀리하고 있다.

내 집 마련과 자산증식을 위해 대출을 끌어다 썼던 영끌족에 대한 대출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의 강도도 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잔액기준)의 금리는 지난해 9월 3.53%에서 올해 9월 4.72%로 올랐다. 2021년 7월 이후 2년 연속으로 쉬지 않고 상승했다. 문제는 영끌족의 고금리 부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인 2%대로 수렴하는 시기가 불확실해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하는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예측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반 투자자도 소비를 줄이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2년 전부터 모아둔 돈 일부와 대출을 합쳐 비트코인 캐시 등 코인과 주식 투자를 해온 B씨는 “무리한 대출로 투자를 감행하진 않았지만,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일단 새로운 투자를 멈추고 소비도 최대한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년 전 1코인당 180만원이던 시절에 비트코인캐시를 투자했으나 최근 50만원으로 줄어드는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해 보유 자산이 적지않게 줄었기 때문이다. 투자자산 가격이 뚝 떨어진 가운데 월급의 상당 부분을 이자로 부담하다 보니 불안감이 커져 우선 소비라도 줄이려는 것이다. B씨는 “정기적으로 나가던 각종 콘텐츠 구독요금 등을 줄였고, 문화 생활도 가능한 한 자제하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도 지난해 9월 5.29%에서 올해 9월 기준 6.40%까지 올랐다. 단순 계산하면 1000만원을 신용대출 받았다고 하더라도 52만9000원이었던 이자규모는 1년 사이 64만원으로 늘었다. 5000만원을 대출했다면 이자부담은 264만5000원에서 320만원으로 급증한다. 금리 인상의 여파가 주머니 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금리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가계대출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올 2분기 가계신용은 1862조7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1871조1080억원), 4분기(1867조5533억원) 이후 올해 1분기(1853조 2563억원)까지 서서히 줄어들던 가계부채가 다시 불어나는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금리 조정에 나섰다. 신용대출과 가계대출을 가리지 않고 차주들의 금리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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