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뱅크만-프라이드 [사진=AFP]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한때 ‘천재 코인왕’으로 불린 샘 뱅크먼-프리드(31)가 최장 징역 115년형을 받을 위기를 맞았다.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FTX를 창립했던 그는 현재 자금 세탁, 금융 사기 등 7개 혐의를 받고 유죄 평결을 받은 상태다.
4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12명의 배심원단은 한 달 가량의 재판 이후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7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이에 1심 재판을 담당하는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법은 배심원단 판단을 참고해 내년 3월28일에 선고를 내릴 방침이다. 뱅크먼-프리드에게 적용된 혐의의 최고형을 모두 더하면 그에게 내려질 징역은 115년이다.
그의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뱅크먼-프리드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 조셉 뱅크먼과 바바라 프리드 사이에서 1992년에 출생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수학 천재로 불렸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진학한 그는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해 두각을 보였다.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회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인턴으로 있으며 금융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2017년쯤부터 암호화폐 가격이 국가마다 다른 점을 파악해 차익 거래에 나섰다.
그는 기회를 엿봐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미국에서 산 비트코인을 일본에 팔아 수익을 내며 ‘알라메다 리서치’를 설립했다. 여기에서 번 돈으로 2019년 암호 화폐 거래소 FTX를 세웠다.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암호 화폐 거래 건수가 치솟았다. 이 기류에 올라탄 FTX의 기업 가치는 한때 320억 달러(약 42조원)였다.
뱅크먼-프리드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의 인상은 아니었다. 그는 부스스한 머리,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 등으로 외려 ‘괴짜 천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심지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강연을 할 때도 이런 차림이었다. 2021년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그는 최연소이자 유일한 20대로 32위에 올랐다.
하지만 FTX는 지난해 파산했다. 언론 등을 통해 알라메다와 FTX의 재무 건전성에 의혹이 불거졌다. 뱅크먼-프리드가 FTX의 고객 자금을 빼돌려 빚 상환에 쓴 사실도 드러났다. 고객 자금으로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산 혐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1억달러(약 1312억원)를 썼다는 의혹도 나왔다.
결국 뱅크먼-프리드는 재판에 넘겨졌고, 그 결과 최대 형량 115년을 맞을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의 형량은 더 늘 수 있다. 뉴욕 검찰은 뱅크먼-프리드의 뇌물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데미안 윌리엄스 뉴욕 남부 지방 검사는 유죄 판결 후 취재진에게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중 하나를 저질렀다”며 “암호화폐 사업이 새로울 수 있고, (사기)방식도 새로울 수 있지만, 이런 종류의 부패는 오랜 기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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