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Sahm) 법칙 관련 지표 추이./자료제공=IBloomberg‧DB금융투자(대표 곽봉석)
美 고용 흐름, 과거 금리 인하 직전 패턴 하에?… ‘샴 법칙’ 주목 [이번 주 증시는]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이번 주 증시도 최근 강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흐름을 보려면 어떤 지표를 관심 있게 봐야 할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고용 흐름이 과거 금리 인하 직전 패턴(Pattern‧일정 형태) 하에 있다”며 ‘샴(Sahm) 법칙’을 주목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삼의 법칙은 경제를 전망하기 위해 쓰이는 고전적 접근법 중 하나다. 경제학 이론에 기반해 경기 침체 시점을 가늠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에서 경제학자로 일했던 클라우디아 샴(Claudia Sahm)이 고안해냈다.
법칙은 단순하다.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p) 높아질 때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본다.
최근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올해 1월 집계된 최근 1년 최저치 ‘3.40%’보다 0.5%p 높은 3.90%까지 오르면 침체기에 진입한 것이란 뜻이 된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와 증시 상황을 보면 해당 법칙이 적용됨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노동부는 현지 시각 3일,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10월 한 달 동안 15만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7만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실업률은 3.80%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보다 0.10%p 더 상승한 3.90%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샴 법칙에 따르면 ‘침체기’에 들어선 것이다.
보통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 활성화와 연결돼 정부가 긴축, 즉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게 한다. 미 노동부 발표치가 시장 예상을 밑돌았기에 금리 인하 쪽으로 무게 추가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실업률 상승 등은 경기 침체와 가까워 금리 인하 확률을 높인다.
샴 법칙은 과거에 비교적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샴 본인도 역사적으로 관찰된 이 패턴에 기반해 계산식을 구성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전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세계 경제에 가져온 왜곡이 너무 컸던 탓에 일각에선 이번엔 이 법칙이 깨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샴 역시 올해 들어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귀납적으로 확인된 규칙성”이라며 “만약 법칙이 깨진다면 이번일 것”이라며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법칙에 따르면 향후 실업률이 소폭 오르기만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침체 확률은 ‘100%’다.
문홍철 DB금융투자(대표 곽봉석) 투자분석가(Analyst)는 “과거 패턴을 따른다면 현 고용 증가세는 3~4개월 내 고점이 도래할 것”이라며 “물가는 4%를 넘은 뒤 내년 초 내림세가 재개돼 하반기엔 1% 이하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건한 미국 경제와 ‘무착륙’(No landing) 논란이 무색하게 현재 지표는 과거 금리 인하 직전 행태를 교과서적으로 유사하게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부회장 최희문닫기최희문기사 모아보기) 연구원 역시 현재 발표된 고용지표가 연준의 추가 긴축을 덜어주는 결과가 된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이전 30만명 증가 절반인 15만명대로 증가세가 감속했다”며 “15만명 중 교사 중심 정부 고용이 5만명으로, 확대 재정에 따른 지원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활동 참여율이 감소한 상황에서 실업률이 3.90%로 올랐다는 점도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라며 “타이트(Tight·수요가 공급보다 많은)했던 고용 여건이 식는 증거가 확인된 것으로, 연준의 추가 긴축을 덜어주는 결과가 분명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샴(Sahm) 법칙 관련 지표 추이./자료제공=IBloomberg‧DB금융투자(대표 곽봉석)
美 고용 흐름, 과거 금리 인하 직전 패턴 하에?… ‘샴 법칙’ 주목 [이번 주 증시는]
실제로 지난주(10월 30일~11월 3일) 금리는 내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미국 연방 공개시장 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 발언이 경제 성장을 위해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를 주장하는 비둘기파적(Dovish) 신호로 해석되며 국내외 금리가 상당폭 하락했다.
만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금리 평균인 ‘민평금리’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일주일 전보다 13.2bp(1bp=0.01%p) 내려 3.945%를 찍었다. 10년물 금리는 19.0bp 급락한 4.100%이었다.
미국 국채 금리 역시 고용지표 발표 이후 하락해 4% 중반 선을 걷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4bp가량 내린 4.5188%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올라 국내 증시 개장 시점 4.5922%에 거래되는 중이다.
이에 시장에선 금리 인상이 끝났단 인식이 한층 강화됐고, 투자자들은 증시 오름세에 투자금을 걸었다.
지난주 뉴욕증권거래소(NYSE·New York Stock Exchange)에서 뉴욕증시 상장 종목 중 핵심 기술 종목 100개를 모아 만든 나스닥(NASDAQ·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 지수는 전 주 대비 6.61% 급등한 1만3478.28에 장을 마감했다.
이어서 미국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는 5.85% 오른 4358.34를 기록했으며, 30개 대표 종목 주가를 산술평균한 다우 존스 공업 평균 지수(DJIA·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5.07% 높아진 3만4061.32를 나타냈다.
이번 주 국내 증시도 미국의 고용지표 둔화 영향으로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란 초강수까지 두면서 증시가 폭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유가증권시장(KOSPI)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0%(61.61p) 상승한 2429.95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2400선이, 26일 2300선이 무너졌다가 11거래일 만에 2400선을 탈환한 것이다.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장외 주식 거래 시장 ‘코스닥’(KOSDAQ)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4.14%(32.35p) 급등한 814.40에 거래되면서 지난달 19일 700대에 진입한 뒤 12거래일 만에 800선을 회복했다.
이번 주 역시 파월 연준 의장 입을 주목해야 한다.
파월 의장은 오는 8일 연구 통계국 100주년 기념 콘퍼런스(Conference‧대 규모 회의) 개회사를 한다. 9일엔 자크 폴락(Jacques J. Polak) 콘퍼런스 토론자로 나선다.
미국 고용둔화에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밖에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은 총재와 크리스토퍼 윌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 등 다수 연준 관계자 연설도 눈여겨봐야 한다.
헤지펀드(Hedge Fund‧투기성 자본)의 숏 청산, 미국 의회의 예산안 관련 논의 등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문홍철 투자분석가는 “미 연준의 완화적 태도로 변화, 고용 부진, 연방정부의 조달 등이 연속적으로 미 국채 금리를 크게 떨어뜨렸다”며 “미 국채 약세장이 끝났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미 국채 10년 5.0%에서 시작된 헤지펀드의 숏 청산이 금리 하락 변동성 증가 주원인”이라 지목했다.
그는 “최근 미국 성장과 고용에서 정부 비중이 컸기에 오는 17일 예정된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지출이 줄어들면서 금리 하락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망세 또는 헤지펀드 흐름에 편승한 단기 매매로만 대응하다가 4% 초반에서 지속적인 하향 압력과 재료가 가해진다면 추격 매수 전략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 국내에선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이 나온다. 가계부채에 대응한 선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과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한 위원이 어떤 근거를 내세웠을지가 관심사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 발언도 예정돼 있다. 이 총재는 6일 오전 전 미국 재무 장관인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교수와 화상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8일엔 9월 국제수지와 은행권 가계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가 나온다. 가계대출의 큰 폭 증가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된다.
추경호닫기추경호기사 모아보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출석을 이어간다. 한국개발연구원(KDI‧Korea Development Institute)은 9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성장률과 물가에 관해 어떤 수치가 발표될지 관심이 쏠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