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매도 전면금지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관련해 ‘시장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진행 중인 불법공매도 조사 건에 대해서는 100개 이상 종목이 불법공매도 타깃이 되고 있으며, 수탁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 이 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감리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매도 전면금지, ‘정치적 판단 아닌 시장 조치’
6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회계법인 CEO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전날 발표한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임시 금융위원회 회의를 열고 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 상장한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를 의결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포함 총 세 차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으며, 이번이 네 번째다.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금융당국은 개인과 기관간 상환기간, 담보비율 문제 등 현 공매도 제도의 불균형을 개선할 예정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고려해 공매도 전면금지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펼쳐왔지만, 급하게 입장을 선회했다. 총선이 5개월 남은 시점에서 일각에선 표심잡기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정치적 판단이 아닌 ‘시장 조치’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저희는 어떻게 할지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며 “자꾸 정치권얘기를 하는데 이건 시장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누군가 말해서 갑자기 했다는건 큰 오해”라며 “수개월 간 실태를 점검하고 그 실태중 일부를 9월말, 10월초 중 적정한 방식으로 언론에 보도하기도 하고 내부에서 공유했다”며 “법률상 요건을 차분히 점검하고 검토한 것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복현 원장은 “공매도 관련 조사가 진행중이라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골목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있는 불법이 보편화되어있는 장”이라며 “(불법 공매도 세력이) 금융업계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가격형성 적정한 가격형성에 장애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우리 시장 특성상 가격이 수급으로 결정되는 것도 있지만 부수적 측면도 크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공매도 전면금지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 전면금지 부작용엔 ‘대안 제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헷지펀드 자금 이탈 등 공매도 금지 부작용에 대해서는 “공매도가 없을 경우 헷지거래, 차익거래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전이랑 다르게 지금은 200개정도의 개별 선물 종목이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금지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기간 동안) 기술적 측면에서 선물 등 포지션 관리를 할 툴(도구)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 과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공매도 금지는 말씀드린 것처럼 법률상 요건에 의한 시장조치이기 때문에 특정종목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주된 요소로 고려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치로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어려워졌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MSCI 선진지수편입은 정부당국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 방향성이나 노력의 강도, 입장은 변함없다”며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할 목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가 신뢰를 얻어야할 대상은 외국인 기관 뿐아니라 개인”이라며 “외국인, 기관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국내 시장이 뉴욕, 런던시장보다 매력적일 수 있고, 향후에는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진행 중인 불법공매도 조사와 관련해 이복현 원장은 “이미 확인된 불법공매도 대상을 보더라도 코스닥, 코스피를 가리지 않고 100여개 종목이 무차입 공매도 대상이 된 것을 확인했다”며 “특정 글로벌IB들의 거래는 증권사들이 창구 역할을 하지 않으면 운영되기 힘든데, 법상 의무든 시스템상 의무든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적정한 역할을 했는지 매우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카모 분식회계 논란…입증 ‘자신감’
한편, 이복현 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분식회계 혐의로 금감원의 회계 감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을 의도적으로 분리해 3000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과대계상했을 가능성에 의혹을 두고 감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택시기사에게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 두 개 계약을 분리 체결할 수 있는 자율이 있었는지, 단 한건이라도 분리체결을 한 사례가 있었는지, 카카오 뿐 아니라 다양한 업체에서 운영하는 수수료 부과 시스템을 볼 때 일반적인 사례였는지, 어떤 의도로 회계를 나눈건지 등을 공론화해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카카오는 매출액을 높이려고 한 의도 아니었다고 했는데 증권신고서를 검토할 때 그 부분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가 운수회사에 주행 정보를 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정보이용료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복현 원장은 “(택시기사) 매출에 비례해 정보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이 주는 사람(카카오) 입장에서 경제적 선택인지 눈여겨 봐주셨음 한다”며 “정보 이용료는 본인들이 수신한 정보의 적정한 활용 등이 가치의 척도가 될텐데 정보이용료를 받는 사람(운수회사)의 매출에 비례해 지급하는게 선뜻 직관적으로 상식에 맞는지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카카오의 준법기구 설립 등 조치가 향후 제재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의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 양형할 수 있겠지만 그쪽에서(카카오모빌리티)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혀 내용이 나와있지 않고, 지금 상황에선 고려가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