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에 법인을 고발할 때 관련 총수 일가도 포함하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로 한 데 대해 경제계가 다시 한번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관련 성명을 낸 지 6일 만에 지침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공동 건의했다.
6일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6개 단체는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을 공정위에 공동 건의했다고 밝혔다. 기업 의견을 모아 공정위에 전달했다. 기업들은 “사실상 고발 대상과 사유를 확대한 개정안은 상위법(공정거래법)에 위배되고 전속고발권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공정위가 지난달 19일 행정예고한 개정안에는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기업) 고발 시 이에 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고발지침에 규정된 ‘고발 대상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도 ‘예외적 고발 사유’에 들어가면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이와 비슷한 사유 발생 시 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제계는 총수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까지 고발하도록 한 것은 상위법, 전속고발권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공정거래법에는 특수관계인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 고발할 때 지켜야 할 규정이 들어 있다. 47조 4항에는 특수관계인이 사업자에 ‘사익 편취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한다고 돼 있다. 129조 2항에는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고 적혀 있다. 개정안에는 특수관계인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중대하지 않더라도’ 원칙 ‘고발’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상위법 고발요건에 반한다”고 했다.
공정위가 개정안에 추가한 예외적 고발 사유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요건”이라면서 상위법과 부딪힐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경제계는 “(개정안이) 상위법상 고발요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수범자가 어느 경우 고발 대상이 되는지 예측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더 심각한 것은 특수관계인이 사업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위반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여론에 따라 고발당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라고 했다.
개정안이 공정거래법은 물론 전속고발권 취지에도 반한다고 했다. 전속고발권은 사법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제 사건 조사 판단을 공정위에 일임하는 것이다. 중대한 법 위반 사례는 고발권도 행사하도록 했다. 공정위에 준사법기관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경제계는 “만일 공정위가 (지난달 19일 밝힌 대로)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명백하게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법 위반 중대성 입증 없이 특수관계인을 고발한다면 전속고발권을 (사법부가) 공정위에 부여한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8월 정부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기업인 형벌조항을 줄이는 등 형벌 규정을 개편하기로 했다. 이번 공정위 건의에 참여한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개정안은 경제형벌을 완화하고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우리 법체계를 관통하는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