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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올해 임금협상 테이블을 꾸린 지 20여 일 만에 처음으로 구체적인 임금 제시안을 내놓았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철강 업황 부진으로 노사 간 성과급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이 예고됐지만, 사측이 노조 리스크를 발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기아와 비슷한 성과급을 제안해 무분규 합의에 청신호가 켜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3일 ‘2023 임금협상’ 14차 교섭에서 기본급을 10만원으로 인상함과 동시에 성과급 400%와 12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임금 인상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이번 성과급은 인천, 포항, 당진공장을 모두 포함한 일괄 협상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업목표 달성 성과급 300%와 미래 산업변화 대응 격려금 100%를 포함해 지난해 최대 매출 달성 격려금 300만원과 생산 장려 격려금 700만원, 경영개선 기여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노조가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일 시 모든 금액은 연말까지 지급된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25% 수준인 인당 3000만원 수준의 성과급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27조340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영업이익은 1조6164억원을 올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대제철이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로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노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이 지난해와 같은 파업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해 4개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후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52.1% 감소한 33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4% 줄어든 4651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도 매출액 6조2832억원, 영업이익 2284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10.2%, 38.8% 감소했다.
이같은 실적에도 현대제철이 높은 성과급을 제시한 배경에는 현대차그룹 내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로템과 현대엠시트, 현대비엔지스틸의 노조가 공동 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계열사들은 임단협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성과금 및 특별격려금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가 거세 임단협 교섭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품 계열사 중 올해 교섭을 마친 곳은 현대트랜시스가 유일하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올해 초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별 특별성과급 차등 지급에 불만이 많았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차 할인 혜택 확대와 정년 연장은 사측과 합의를 통해 만족할 수 있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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