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경찰 대원들이 지하철역 내부를 순찰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경찰 내부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경찰관과 경찰 교육생에 대한 상담과 조사를 실시하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가 5년 새 600건을 육박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조사하는 경찰 인력은 되레 축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근 경찰청이 ‘치안 현장 강화’를 명분으로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경찰 내근 인력을 줄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받은 ‘경찰청 성희롱 및 성폭력 신고센터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총 592건의 성범죄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2차 피해 방지와 그 처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소속 구성원과 교육생의 성희롱, 성폭력 등 상담과 조사를 위해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실에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이하 신고 센터)를 두고 있다. 이 신고 센터는 성희롱이나 성폭력 신고 접수부터 상담과 조사, 처리 등을 수행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등을 지원한다.
신고 센터에 접수된 성범죄 신고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 성희롱 성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총 145건으로, 지난 2018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연도별 신고 건수는 ▷59건(2018년) ▷63건(2019년) ▷83건(2020년) ▷139건(2021년) ▷145건(2022년) ▷103건(2023년 8월 기준) 등이다.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내년부터 이를 조사할 경찰 인력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2차 피해 방지와 그 처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기관의 장은 상담원을 2명 이상 지정하고 남성과 여성 경찰공무원이 각 1명 이상 포함되도록 해야한다. 기관 실정에 따라 행정관 또는 주무관 중 1명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신고센터 운영 인력은 지난해부터 조사관 3명을 증원한 상담원 3명과 조사관 7명인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을 4명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이는 센터가 운영되기 시작한 2018년 운영 현황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경찰청에서 치안 업무를 강화하고 내근 인력을 줄이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운영 인력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담업무 경찰관은 조사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다”면서 “내년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상황에 따라 업무지원을 받을 순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 유형들 중 성희롱은 총 492건 접수돼 전체 신고 건수 중 83.1%를 차지했다. 신고자 5명 중 4명은 성희롱 피해로 센터를 찾은 셈이다. 성범죄 신고의 경우 총 100건이 접수돼 전체 신고 건수들 가운데 16.9% 수준이다. 연도별 성희롱 및 성범죄 신고건수를 보면 ▷44건·15건 (2018년) ▷49건14건 (2019년) ▷65건·18건 (2020년) ▷108건·31건 (2021년) ▷131·14건(2022년) ▷95건·8건 (2023년 8월 기준) 등으로 성희롱 신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범죄 피해 신고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절반 아래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임 등 징계 처분된 건수는 239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40.3%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정직은 총 90건으로 징계 건수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정직 처분 다음으로 많았던 징계는 ▷해임(43건) ▷감봉(28건) ▷견책(20건) ▷강등(16건) ▷파면(14건) ▷징계요구(13건) ▷경고(12건) ▷공적제재(2건) ▷주의(1건) 순이다.
반면 상담 종결이나 합의 종결, 처벌 불원 등으로 내사 종결된 신고 건수들은 276건(46.6%)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상담 종결이 160건으로 가장 많았고 합의 종결이 68건, 처벌 불원이 48건으로 집계됐다. 상담 종결은 상담을 받은 피해자가 사건 처리를 원치 않는 경우를, 처벌 불원은 조사를 통해 성비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외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은 총 31건, 각하나 이첩 등으로 분류된 사건 등은 46건에 달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범죄를 조사하는 인력이 부족할수록 사건의 세세한 상황까지 조사가 어려운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대한 법 집행을 하는 기관이 경찰인 만큼, 인력 증원을 통해 조직 내 성범죄를 좀 더 엄격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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