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기획단 닻 올리자마자
조국 “내 명예를 회복할 길 찾을 것”
당내 ‘조국·추미애·송영길’ 출마 촉각
지도부 ‘험지출마’ 가능성은 낮을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향한 ‘험지 출마’ 요구가 당내에서 제기된 가운데, 민주당 정권 상실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 내년 총선 출마를 예고하면서 민주당의 총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제1차 회의를 열고 민생·미래·혁신 가치의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총선기획단은 공천관리위원회 출범 전 밑그림을 그리는 포괄적 전략을 수립한다. 총선 콘셉트 기획 및 정책발굴, 홍보전략 발굴 등도 주요 업무 사항이다.
다만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총선 채비에 나선 이날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평소보다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조 전 장관은 같은 날 유튜버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총선에 출마할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하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추미애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의 정권 상실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 중 하나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추나땡'(추미애가 나서주면 땡큐)라거나 ‘조나땡'(조국이 나오면 땡큐)라는 은어도 있다. 이들이 나서주면 민주당 일부 강성 지지층만 환호할 뿐, 결국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해 되레 여권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민주당이 조 전 장관과 추 전 대표 뿐만 아니라 송영길 전 대표 등 ‘조·추·송’ 3인방의 연쇄 출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앞서 데일리안과 만나 “송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의혹’, 조 전 장관의 ‘조국 사태’, 추 전 대표의 ‘윤석열 몸집 키워주기’ 등은 민주당을 최대 위기에 빠뜨렸던 사건들”이라며 “문제의 당사자들이 내년 총선에 나온다는 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이 신당 창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모르겠지만, 민주당에 입당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내 독설 전문가로 정평이 난 정청래 최고위원도 지난달 24일 KBS라디오에서 ‘조·추·송 3인방의 출마가 민주당에 도움이 되느냐’라는 질문에 “좀 거시기하다”고 답한 바 있다. 민주당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조 전 장관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총선기획단 출범 시점에 맞춰 이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한 이른바 ‘험지출마론’도 당내에서 분출됐다.
최근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한 방송에 출연해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을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는 낙관적 주장이 촉발시킨 논쟁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전날(5일) 페이스북에 “위기가 몰려오는데도 200석 압승론을 떠드는 정신나간 인사들도 있다. 20년 집권론 떠들다 5년 만에 정권이 끝장난 것을 벌써 잊은 것”이라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총선 밑그림을 그리는 총선기획단이 ‘혁신’을 기치로 활동을 시작한 만큼, 지도부부터 이에 걸맞는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각자 지역구에서 일궈온 텃밭이 있는데 지도부에서 영남이나 강남 험지로 가려고 하겠느냐”라며 “만약 이 대표가 험지 출마를 선언한다고 해도 다른 최고위원들이 동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지도부의 분란을 초래할 뿐인 사안이라 험지 출마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신 이 대표는 이날 총선기획단 제 1차회의 모두발언에서 “절박하고 낮은 마음으로 겸허하게 총선에 임하도록 하겠다”며 ‘200석 압승론’을 우회적으로 견제하는데 그쳤다. 이 대표는 이날 총선기획단 회의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공개로 전환된 뒤,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이 200석 운운하는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따져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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