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을 통해 멤버십 후원 모금에 나선 것을 두고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면서 정치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정치자금법 위반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일 이 전 대표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진정이 접수돼 조사에 착수했다. 진정서에는 이 전 대표가 유튜브 멤버십을 통한 후원금을 받고 자신의 정치활동을 하고 있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수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입건 전 조사 단계에 있다”며 “자세한 혐의 내용이나 진행 상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제3자인 법인에 수익이 귀속되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의도 재건축 조합 유튜브 채널의 주인 박모씨는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다. 박씨는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 있다가 나와서 유튜브 콘텐츠 제작업 법인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유료 멤버십 제도로 월 990원 ‘책임 조합원’을 도입했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멤버십 개설 3시간 만에 2000명 정도가 가입했는데 액수로는 약 198만원이다.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천아용인’(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허은아 의원·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원) 후보를 응원하던 당원과 지지자 간의 연락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유튜브 멤버십 기능을 이용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튜브를 통한 정치인 후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유튜브 ‘슈퍼챗'(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채팅)을 두고 선관위는 유튜브를 통한 후원금 모집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었다. 당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유튜브에서 슈퍼챗을 받았는데, 정계 은퇴를 선언한 비정치인이라는 이유에서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선관위 판단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또 올해 8월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19만원의 슈퍼챗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장 최고위원은 당시 자신의 SNS에 “선관위로부터 슈퍼챗 등 기부 행위가 반복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 없이 종결된다는 안내 공문을 받았다”고 알리기도 했다.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상 소셜미디어 수익 활동 관련 기준’을 마련해 이 같은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 해당 기준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정치활동을 위해 개설·운영하는 유튜브(슈퍼챗)·아프리카TV(별풍선)·팟캐스트(캐시) 등에서 후원금을 받는 행위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관상 운영 주체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운영목적·방법·내부관계 등을 종합해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후원금을 받는 행위도 금지한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거나 피선거권이 없는 사람, 자원봉사자·무급사무직원·일반당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관위 기준도 ‘실질적 운영 평가’ 등 해석의 여지가 있어 규정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비슷한 사안이 계속 발생할 수 있어 선제적인 정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아영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유튜브 멤버십 수익 등이 누구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이에 따른 법률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관위가 판례 등에 기초해 모두가 인식할 수 있는 뚜렷한 기준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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