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시작된 ‘유류세 인하 조치’ 2년 가까이 연장
‘쉽고 빠른’ 대응책…문제는 ‘유류세 환원’ 이후
“소비자 환급, 정유사 보조급 지급 등 여러 방안 고민해야”
2021년 11월 시작된 ‘유류세 인하 조치’는 어느새 다섯 차례 연장을 거치면서 최장기간 이어지게 됐다. 그만큼 유류세 인하 조치는 천정부지로 솟은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중 윤석열 정부가 특히나 애용하는 정책 중 하나로 비춰진다. 긴급 상황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윤 정부가 들어선 후 연장의 연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맞이한 유례 없는 고유가 시대 속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는 소비자 부담을 가장 쉽고 빠르게 완화할 있는 방법이기에 정부로써 민심을 잡기 위한 매력적인 대응책이 아닐 수 없다.
고물가 시대,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와 상관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기름값은 서민들에게 그야말로 ‘한 줄기 빛’으로 자리 잡았다.
'현실'은 등져버린 '유류세 인하 조치'
하지만 세상과 먼 ‘순간의 달콤함’에는 언제나 후폭풍이 뒤따른다. 윤 정부 또한 ‘유류세 환원’ 결정을 언제까지 미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가 ‘마침표’를 찍게 되는 그 때 서민들이 맞게 될 부담감은 현재보다 중첩돼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유가 하락과 물가가 안정되는 시기를 기다려 유류세 인하 중단 시점을 가늠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허락지 않고 있다. 다른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나 우려되는 부분은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 중단→연료비 상승→물가 상승의 연쇄반응은 여론을 들끓게 만들고, 들끓는 여론은 배출구를 필요로 하게 마련이다.
연료비 상승 논란이 일 때마다 비난을 뒤집어쓰는 단골손님은 정유업계다.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정유업계의 시각도 이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유류세에 대해 말이 많은 편인데, 고유가 시대에도 ‘저렴한 기름값’이 자연스레 서민들 뇌리에 박히게 될 것”이라며 “환원했을 때 글로벌 유가에 따라 책정되는 금액이 그간 익숙했던 가격과의 격차가 크게 되면 소비자가 느낄 심적 부담도 더 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화된 유류세 인하 조치로 최근 ‘세수펑크’ 우려도 현실화 됐다. 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가 가시화됐지만, 이례적으로 세수를 낮추고 기간을 길게 끌고 가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세수입은 24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조6000억원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대비 총수입 394조4000억원으로, 44조2000억원 감소했다.
또 궁극적으로 친환경차인 전기자동차, 수소차가 향후 많아지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세수는 계속 줄 수밖에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비판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 유류세 자체가 휘발유, 경유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세금인데, 현재 인하 조치로 세금이 줄어들고 중장기적으로 지향하는 수송 전환 정책으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 것은 당연하다”며 “그렇기에 유류세 관련한 정책을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한 번쯤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격' 최소화 위한 대응책 마련 필요
물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업계 입장에서도 국제 유가는 ‘외적 변수’인 만큼 내부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 정부가 나서 세금으로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정책성 상황’이란 점은 공감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소비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가격이 안정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도 없고, 어느 순간엔가는 멈춰야 한다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출고 단계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인하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소비자에게 환급을 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단 의견이 나온다.
기름값은 글로벌 유가 기준에 맞춰 책정하되,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환급을 해주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줄여주는 방안이다. 유통 단계에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기업만 이득을 봤다는 시선 또한 지울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책 자체를 놓고 보면 한계가 있기에, 최종 소비 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환급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국제 유가 변동에 의한 충격이 덜 갈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과 같이 정유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정유사가 국제시장에서 기름을 사 올 때 일정액을 정부가 지원하고 그만큼 도매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 소매점에 공급할 때 보조금분을 공제 해 공급하면 이를 주유소가 소매 가격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이처럼 정유사가 가격 자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도와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원하기도 어려우니 소비자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 또한 정책이 안정적인 가격으로 소비자가 유류 소비를 할 수 있게 돕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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