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나! 수지 |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때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전부가 사라질까 불안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자신의 삶과 일을 분리하고 온전히 자신 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배우 수지의 이야기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연출 이정효)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하고 은퇴한 두나(수지)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다. 수지는 극 중 모종의 이유로 아이돌을 은퇴하고 셰어하우스에서 살게 된 두나를 연기했다. 최정상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은퇴하고 셰어하우스에서 숨어 살듯 살아가는 두나. 역할 설명만 봐도 수지가 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 겹쳐 보인다. 그래서 수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두나를 연기하는 것만으로 ‘이두나!’에 분명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했단다. 수지는 “제가 실제로 아이돌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저의 실제 모습이 캐릭터와 겹쳐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우 수지로서 안 해봤던 캐릭터였지만, 누구보다 두나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뜻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는 수지다. 수지는 “안 해본 톤의 연기지만, 막연하지 않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물론 두나와 수지의 삶은 달랐다. 오히려 수지는 두나가 자신보다 낫다고 말했다. 수지는 “저는 너무 바빠서 힘들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힘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면서 “두나는 저보다 낫다. 두나는 자기가 고장 났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부럽기도 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두나를 연기하기 위해 오랜만에 안무 연습을 할 때, 수지는 자신의 지난 삶을 생각했다. 수지는 “오랜만에 그룹으로서 안무를 맞춰보니까 옛날에 연습했던 시절이 떠오르더라. 묘하면서도 익숙하고 낯선 감정이 많이 떠올랐다”라고 했다. 두나가 은퇴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인 KCON 무대 신에서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짜릿했다고. 두나가 무대를 하던 중 이상 증세로 쓰러지면서 어떻게 보면 무대를 망치는 그 신을 연기할 땐 힘들지만 기분은 짜릿했다는 수지다. 수지는 “관객 분들에게 미리 공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쓰러지니까 놀라시더라. 촬영이 끝나고 나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재밌었다”라고 했다. 극 초반, 과거 서사가 밝혀지기 전 두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처럼 그려진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담배를 피우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들로 당혹스럽게 만든다. 왜 은퇴했는지 알게 된 순간 두나의 이해 못 할 행동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 뒤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수지는 “오히려 저는 두나가 초반에 무례하고, 이기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후반에서 두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뒷부분까지 안 보신다면 뚜나는는 끝까지 사회성이 없는 애로 남겠지만, 그런 표현에 있어서 소극적이면 안 되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을 더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원준이도 두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좀 생길 것 같았다”라고 했다. 모두가 두나를 아이돌로만 보고 손가락질할 때, 원준은 유일하게 두나를 그 자체로 봐주는 사람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만으로 두나를 대한다. 이에 대해 수지는 “저는 원준이 캐릭터가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두나가 이런 남자를 만나는 게 판타지다”라면서 “두나를 그 자체로 바라봐주고, 두나가 마음대로 행동하더라도 온전히 옆에 있으면서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라고 했다. 이어 두나는 “두나가 연예인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에게 정말로 진심을 다해주고 다가와주는 사람 자체가 판타지일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혹자는 두나를 볼수록 수지의 지난 삶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고 하지만, 직접 만나 본 수지는 여러 면에서 제법 단단한 사람이었다. 물론 두나처럼 일이 세상의 전부였고, 그 세상이 없어졌을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 수지는 “연예계 일을 시작하고 얼굴이 알려지면서 이 직업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마음과 다른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저를 보고 이 일이 제 전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의 수지는 자신과 일을 어느 정도 분리해 연예인으로서의 삶과 자신의 삶을 분리할 줄도 알았고, 또 알차게 꾸려나갈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수지는 이에 대해 “저는 집에 갈 때 일에 대한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절대 안 들고 가려고 한다. 촬영이 끝나는 순간부터는 일에서 최대한 벗어나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과거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때도, 지금도 그저 제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갈 결심은 여전했다.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잘 걸어 나가고 있는 수지를 아낌없이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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