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메이저리그 백업 내야수가 황금 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28)이 골드글러브를 차지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김하성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어워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빅리거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기록이다.
올 시즌 가장 많이 출전한 2루수에서는 시카고 컵스 내야수 니코 호너에게 골드글러브를 넘겨줬지만, 유틸리티 부문에서 LA 다저스 무키 베츠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키스톤 콤비였던 토미 에드먼을 제치고 ’황금 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김하성은 팬그래프 기준 2루수 +10 DRS, 3루수 +3 DRS, 유격수 +3 DRS를 기록하며 내야에서만 총 +16 DRS를 올렸다.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으로 2루수 TZR 7로 메이저리그 5위, 3루수 TZR 2로 공동 19위를 기록했다. 수비만 보고 평가되는 골드글러브에서 증명해낸 것이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입성 후 곧바로 자신의 실력을 인정 받은 것은 아니다. 김하성은 2021년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162경기에서 117경기에만 나서며 백업 내야수로 전락했다. 첫 시즌 KBO시절 보여줬던 화끈한 타격감이 식어버렸다.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출루율 0.270 OPS 0.622에 그쳤다. 현지 적응 문제도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김하성이 가장 힘든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백업이라도 출전을 계속하며 풀타임으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아있었다는 것과 준수한 수비 능력으로 내야 전 진역에서 활약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2년 차를 맞이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수술과 약물 징계로 인해 1년 동안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경기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하성은 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선보였고, 타격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2022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시즌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12도루 출루율 0.325 OPS 0.708을 올렸다.
아쉽게 골드글러브 수상을 놓쳤지만, 아시아 출신 선수로서 유격수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 샌디에이고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까지 진출했고, 김하성은 빅리그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성공적인 지난 시즌에도 올 시즌 출발은 유독 어두웠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 잰더 보가츠가 합류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까지 복귀하고,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오히려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김하성의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잠재력이 폭발했다. 김하성은 2023시즌에 2022시즌 이상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152경기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출루율 0.351 OPS 0.749를 마크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수비는 감탄을 자아냈다. 김하성은 뛰어난 수비를 선보이며 내셔널리그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고, 결국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하며 아시아 메이저리거 역대 두 번째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 한국 메이저리거 최초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김하성은 수상 후 미국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아시아 어린 아이들에게 그들이 이곳에서 내야수로 뛸 수 있고, 메이저리그에 오는 것을 꿈을 꾸도록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한 ’유튜브’ 채널 ‘서밋 매니지먼트(Summit Management)’를 통해서도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빅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며 후배들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도 등록되며 단순히 수비만 좋은 선수가 아닌 공격에서도 인정을 받은 선수가 됐다. 비록 수상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김하성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빅리그에서 인정 받은 감동 스토리가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의 가슴에 전해진다면 어쩌면 더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의 ’감동’에는 ’골드글러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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