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박상현·양근혁 기자] ‘총선 모드’에 본격 돌입한 여야가 혁신 경쟁 고삐를 당기고 있다.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대비해 각 당이 인적 쇄신을 띄우고 새 진용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내부 저항으로 인해 의미있는 수준의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오지만, 국민적 요구가 쇄신을 가속화할지 양당 지도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앞 경쟁이 ‘정쟁’에 그치지 않고 혁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공식 제안한 ‘희생’ 아젠다가 여야 중진들의 험지 출마 및 용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는 여권 뿐 아니라 야권으로까지 인적 쇄신 도화선에 불을 붙인 모양새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의 결단”을 요구한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을 험지 출마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강원 등을 지역구로 둔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수도권 험지에 도전한다면 당의 인적 쇄신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란 복안에서다.
앞서 부산 해운대구 3선 의원인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같은 결정이 여론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현 지역구도 상 단단한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 등에서는 이른바 ‘현역 물갈이’가 감행된다 하더라도 의석을 빼앗길 우려가 크지 않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민주당으로도 중진과 지도부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옮겨붙고 있다.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살깎기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 같은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넘어서는 강도 높은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 ‘혁신’은 원래 민주당의 브랜드였다”며 인적 쇄신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날 6선의 박병석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중진 용퇴론’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앞서 우상호(4선) 의원과 오영환(초선)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양당 지도부는 현재까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험지 출마 또는 용퇴를 공식적으로 권고하는 것은 당내외적으로 큰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이슈인데다, 총선에서의 ‘본선 경쟁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선뜻 이를 당의 공식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혁신위의 험지 출마 거론에 대해 “정치적 권고일 뿐이니 지도부가 건건이 대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고, 친윤계 초선의원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기는 선거’가 최우선이기에 무조건적으로 “험지로 옮기라”또는 “불출마하라”는 결정과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일단은 외풍을 잠재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최대한 ‘로우키’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실익으로 따지면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상징성을 가져가기도 쉽지 않은 구도”라고 말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현역 의원 대부분이 초·재선이라는 점과, 다선 의원은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인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험지출마론을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이 대표를 향한 험지 출마 요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본지에 “이 대표부터 험지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회의원 ‘선수’가 기득권이 아니라 당내 주류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비명계와의 갈등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도부가 험지출마론을 자제시키려는 요인 중 하나다. 친명계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선 험지출마론이 쇄신이 아니라 계파 갈등 요소로 전락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중 분위기 속에서도 인적 쇄신에 대한 양당의 표면적인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날 출범한 총선기획단에서 ‘현역 공천 패널티 강화’ ‘3선 동일지역구 연임 금지’ 등 앞선 혁신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혁신위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관련 주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인재영입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영입에도 고삐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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