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직전 월인 9월(842조2907억원)보다 13조6835억원(1.62%)이 불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의 잔액 역시 전월보다 8414억원(1.9%) 증가한 44조37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은행권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의 최고금리 연 4.35%(기본금리 4.05%)를 필두로 19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37개 가운데 4% 금리를 웃도는 상품(19개)만 절반을 넘어선다.
최근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출금이 쉬운 요구불예금과 단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도 껑충 올라섰다. 먼저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한달적금’의 경우 31일동안 하루 최대 9만원(계좌당 3만원) 이하의 금액을 매일 납입하면 연 8%(기본금리 2.5%)의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높은 금리를 좇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카카오뱅크 한달적금 계좌는 출시한 지 11일 만에 누적 계좌개설수 100만좌를 돌파하기도 했다. 케이뱅크에서는 한 달 예금으로도 연 3.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렇듯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뛰면서 최근에는 6개월 만기 상품과 12개월 만기 상품 간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이날 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을 보면 상품의 6개월 만기 금리는 4.00%인데 반해, 12개월 만기는 3.95%로 0.05%포인트 떨어진다. 우리는 12개월 만기 상품(4.05%)이 0.03%포인트 높았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6·12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가 같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전국 10개 시중은행 부행장과 ‘은행권 자금 조달·운용 간담회’를 열고 시장금리 상승 폭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신 경쟁 자제를 당부했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수신 경쟁이 확대될 경우 대출금리까지 끌어올리고, 이는 곧 18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부실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신규코픽스 기준)의 상단은 최대 7.1%대로 올라섰다. 또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경우 하단이 지난 4~5월께 3% 후반대로 떨어졌다가 현재 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연말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8%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금리상승 과정에서 금융권이 역대 최고 순익을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금융회사의 이익 증가는 자본적정성 제고를 통해 금융안정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익의 원천이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 시선이 따갑다”고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주 은행권을 향해 ‘종노릇’, ‘갑질’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으며 은행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은행들도 일단 금리를 멈춰 세우는 분위기다.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을 질타하는 발언 수위가 매우 강해 은행 내부에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얼마큼 더 강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결국 당국의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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